앱에서 열기
권오찬
4.5
20일

#남대문 #서령 #평양냉면 * 한줄평 : 서령을 위한 변명 1. 평양냉면이 젊어졌다. 90년대만 하더라도 서울 시내에서 평양냉면을 먹고 싶을 때 선택지는 이북 실향민들이 을지로 청계천변에 차린 우래옥과 필동면옥, 을지면옥, 평양면옥, 남포면옥 등 <노포> 외 다른 대안은 존재하지 아니했다. 2. 밥이 주식인 우리네 식탁에서 냉면이 주류로 존재했던 적이 없거니와 오히려 90년대만 하더라도 돼지갈비집의 후식 메뉴로 함흥냉면이 그나마 대중적인 음식이었지 평양냉면은 <걸레빤 물>이란 표현에서 유추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매니악한 음식이었더랬다. 3. 그러다 평양냉면의 슴슴한 맛이 언젠가부터 미식 트렌드의 주요 키워드로 등장하며 서관면옥, 진미평양냉면, 대엽, 진구정 등 노포 못지 않은 맛을 내는 신상 냉면집들이 대거 등장헀다. 4. 닭과 달걀 중 무엇이 먼저인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평양냉면이라는 음식에 있어 대중의 수요 확장과 공급의 다양성 중 뭐가 먼저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제 평양냉면은 <반드시 이러해야 한다>라는 교조주의를 넘어 새로운 스타일이 제법 눈에 띈다. 5. 평양냉면 매니아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강화도 서령이 서울역에 둥지를 튼 것이 금년 5월경이다. 강화도 서령의 순면과 육수는 워낙 매니악했기에 매니아들이 서울에서 무려 1시간 30분을 달려갈 정도였고, 서울로 입성한 후로는 메밀면의 아쉬운 곡향과 다소 높은 염도의 육수로 아쉬운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6. 나 역시 강화도 시절과 레서피가 달라졌다라는 생각이 들긴 했으나, 서령의 고객층 역시 상권 변화에 따라 매니아에서 일반 대중으로 중심축이 이동하였고, 매니아들을 대상으로 하루 200그릇 한정 판매하던 냉면은 11시부터 저녁 20시까지 일반 대중들에게 팔기 위해 그 맛에 대한 기준점 역시 변했을테다. 7. 세상엔 어떤 가치있는 것을 얻기 위해 그에 상응하는 것을 내놓아야 한다는 <등가교환의 법칙>이 존재한다. 서령의 등가는 매니악한 레서피와 접근성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나의 선택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좀더 널리 사랑받을 수 있다면’이라는 접근성이다. 나 역시 강화도에서의 추억이 더 좋았더랬지만, 서울의 서령 역시 몹시 뛰어나고 단아한 냉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령

서울 중구 소월로 10 단암빌딩 1층

맛집개척자

서령의 맛이 변했다고들 하는데 진짜 염도가 좀 높아졌군요..그래도 다시 가서 맛보고 싶네요. ^^

권오찬

@hjhrock 한우 한 마리를 농축한 듯한 진함과 청아함이 공존했었는데.. 염도가 높아지면서 복합적인 맛이 단순해졌어요. 그래도 전 맛있게 먹었습니다. ㅎㅎ 맛객님 방문하기엔 오히려 편해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