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불타는명태찜 #명태찜 * 한줄평 : 서쪽 도시 군산에서, 동해의 명태를 찜하다 1. 군산은 오래 수탈당한 도시다. 금강이 서해로 흘러드는 하구에 자리 잡은 이 항구는 일제강점기 내내 호남 평야의 쌀을 실어 나르던 거점이었다. 쌓이는 건 잠시요, 사라짐은 늘 확실했다. 풍요는 머물지 않았고, 군산 사람들의 밥상은 그와 별개로 꾸려져야 했다. 2. 항구도시의 식탁이 화려할 리 없다. 대신 항구는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다. 사방에서 물산이 모이는 곳에서 사람들은 낯선 재료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법을 배운다. 그렇게 명태가 군산에 들어왔다. 3. 명태는 동해 바다에서 잡히는 생선이다. 함경도 앞바다에서 그물 가득 올라오던 생선이 반도를 가로질러 서해 끝 군산까지 오려면 긴 길을 지나야 했다. 명태만큼 팔자 기구한 생선도 없다. 생태, 동태, 황태, 코다리 등 생선 한 마리가 이토록 많은 이름을 갖게 된 건, 그만큼 한국인이 오래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먹어왔다는 증거다. 4. 군산의 ‘불타는 명태찜’을 처음 받아든 사람은 잠시 멈칫하게 된다. 찜이라는데 국물이 자작하게 고여 있다. 아귀찜이나 해물찜처럼 건더기에 양념을 버무린 음식이라 기대했다면 당황스러울 장면이다. 이 음식은 찜과 탕의 경계 어딘가에 걸쳐 있다. 5. 청양고추와 고춧가루가 풀린 붉은 국물 위로 명태 살이 얹히고, 그 아래에는 콩나물이 깔린다. 국물이 끓어오를 때 콩나물이 수분을 내주며 양념의 농도를 잡고, 비린맛을 눌러주며, 국물에 은근한 단맛을 더한다. 겉으론 아무렇게나 깔린 듯하지만, 이 콩나물이야말로 군산식 명태찜의 골격을 세우는 존재다. 콩나물이 없으면 이 국물의 성격이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는다. 6. 이 음식 앞에서는 먹는 순서가 절로 정해진다. 국물 한 숟갈, 밥 한 술, 명태 한 점. 그러다 어느새 소주 한 잔이 옆에 놓인다. 불타는 명태찜은 허기와 갈증을 함께 달래는 음식이다. 미식의 언어라기보다 노동의 언어에 가깝다. 하루가 끝난 자리에서 많은 말 대신 뜨거운 국물 한 그릇으로 오늘을 마감하는 방식, 군산 사람들의 저녁이 그렇다. 7. 쌀은 나가고 사람은 남았다. 남은 사람들은 서해를 등지고 앉아 동해에서 온 생선을 끓였다. #시즌베스트
불타는 명태찜
전북 군산시 경촌2길 38 1층
비교적온순 @dulana
비슷한 계열로 '뿡이네 명태찜'이 있지요. 전 여기가 더 취향이었습니다. ㅎㅎㅎ
권오찬 @moya95
@dulana 그 뿡이네를 망플 시절 첫리뷰를 쓰고 알린게 저랍니다. ㅎㅎㅎ 제가 방문한 것이 대략 10여년 전인데 당시만 해도 할아버지 혼자 주문 서빙 요리 등 다 하셧거든요. 15천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에, 군산의 얇은 어묵 국물이 기본 안주였던게 생각나네요.
권오찬 @moya95
@dulana 참고로 식사하기로는 우정명태를 추천하고, 술먹기에는 이 집 혹은 뿡이네를 추천합니다.
비교적온순 @dulana
@moya95 이야. 역시!! 군산 사는 친구가 끌고 가서 먹어보고는 충격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오후 늦게 여는 것만 아니면 정말 최고의 집이라 생각했습니다.
맛집개척자 @hjhrock
마지막 문구가 예술입니다.^^
권오찬 @moya95
@hjhrock 조리 방식에 있어 [군산식]이라 정의내리고 보니 재미있게도 명태는 서해에서 잡히지 않은 생선이었지요. 군산을 대표하는 생선은 박대이고.. 그래서 이 글을 관통하는 화두는 서해 도시 군산에서 동해의 명태를 찜하다 입니다. 찜은 조리법으로서 찌다라는 뜻과 마음에 든다는 의미를 담아 중의적으로 표현해봤어요. 참고로 이런 스타일의 명태찜 원조는 우정명태입니다. 원래 상호는 우정식당이었는데, 명태찜으로 성업하게 되니 아예 상호를 우정명태로 변경한 걸로 알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