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해동식당 #간짜장 * 한줄평 : 전국노래자랑이 흘러나오는 짜장면집 1. 식당 한켠 텔레비전에서는 전국노래자랑이 방송되고 있었다. 송해 선생님이 우리 곁을 떠난 뒤 개그맨 남희석님이 새 진행자가 되었지만,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정서는 여전히 우리가 어린 시절 보았던 그 전국노래자랑이었더랬다. 일요일 낮이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텔레비전을 보던 풍경, 이름 모를 고장의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춤추던 모습. 세월은 흘렀지만 그 프로그램이 불러오는 기억만큼은 그대로였다. 2. 파주 금촌시장의 해동식당도 그러했다. 낡은 노란색 간판이 세월을 지긋하게 흘려보낸 노포라는 걸 짐작하게 할 뿐 화려한 인테리어나 SNS에서 줄을 서는 유명세도 없는 평범한 시골 마을 재래시장의 중국집일 뿐이다. 그럼에도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흘림체 붓글씨로 쓰여진 소박한 안내문,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중국집 빨간 의자 등을 만나니 이상하게 오래전 기억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장날이면 읍내에 나와 시장을 둘러보고, 돌아가기 전 중국집에 들러 짜장면 한 그릇 먹던 시절. 그 기억이 식당 안 어딘가에 아직 남아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3. 장날이 아닌 평범한 일요일의 금촌시장은 한산했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해동식당 간판 아래 '(구) 제일반점'이라고 적힌 조그만 노란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4. 처음에는 오래된 중국집을 인수해 이름만 바꾼 줄 알았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쭤보니 제일반점은 전 사장의 식당 상호가 아니라 젊은 시절 운영했던 중국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동인천과 포천에서 오랫동안 제일반점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집을 운영했고, 파주에 자리를 잡은 뒤에도 한동안 그 이름을 이어오다 지금의 해동식당이라는 상호를 쓰기 시작한 것은 약 십여 년 전의 일이라고 한다. 5. 정확한 이유를 묻지는 못 했지만 벽면에 걸려있는 메뉴판을 보는 순간, 왜 제일반점이 해동식당이 되었는지는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 6. 중식 노포의 메뉴판을 보면 그 세월이 읽힌다.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 같은 중식은 물론이고 육개장과 갈비탕, 동태탕, 닭볶음탕, 소내장탕까지 있다. 중국집이라기보다 시장 사람들의 하루를 책임지는 식당에 가깝다. 장을 보러 나온 사람은 짜장면을 먹고, 술 한잔하려는 손님은 닭볶음탕을 주문하며, 속을 풀려는 사람은 내장탕을 찾는다. 오랜 시간 시장과 함께 살아온 식당만이 갖게 되는 메뉴의 풍경이다. 7. 무엇보다 반가웠던 것은 탕수육이었다. 접시 뒤편에는 정통 중식당에서 과거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죽피를 말아 세운 장식이 있었다. 효율을 따지는 이 시대에 요리를 조금이라도 더 근사하게 내고 싶었던 그 시절의 미감이 그대로 남아 있으니 반갑기 그지 없다. 효율을 생각하면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없어도 되는 장식임에도 해동식당은 여전히 그 방식을 고집한다. 거기에 군만두 두 개까지 곁들여 내준다. 원가를 계산하기보다 손님에게 조금이라도 더 내어주고 싶었던 오래된 중국집의 인심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었다. 8. 간짜장도 인상적이다. 면을 단정하게 담아낸 뒤 갓 볶아낸 소스를 따로 얹어 낸다. 면은 일반 중식당보다 조금 가는 편이라 소스가 더 잘 감기고, 볶아낸 직후의 온기와 향이 살아 있었다. 화려한 조리 기술을 과시하기보다 오래된 중국집이 간짜장을 대접하던 방식을 충실히 따르는 느낌이었다. 9. 음식을 먹으며 문득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짜장면 랩소디」가 떠올랐다. 그 영상을 따라가다보면 결국 짜장면은 한국인에게 추억의 음식이라는 결론에 닿게 되는데.. 정작 중식 매니아를 자처하는 나로서는 짜장이라는 음식이 겨우 [추억]으로 결론내려지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더랬다. 10. 그러나 파주에서 만난 해동식당에서 그 말이 비로소 이해됐다. 정겨웠던 전국노래자랑과 사회자의 친근한 호들갑, 탕수육 접시 위에 놓인 죽피 장식과 인심을 담아 내준 군만두 두개.. 11. 어느 하나만 놓고 보면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모든 것이 한 공간에 모였을 때 우리는 어느새 장날이면 부모님 손을 잡고 읍내 중국집에 가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해동식당은 짜장면보다 오래된 중국집의 풍경을 지켜낸 노포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해동식당
경기 파주시 금정로 74 1층
주아팍 @cats1212
간짜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너무 좋아보이네여
맛집개척자 @hjhrock
9월에 파주가는데 한번 들려봐야겠네요.^^
권오찬 @moya95
@cats1212 ㄱ ㄱ ㅑ ㅇ ㅏ~~ 주아님, 어찌 지내시나요???!!!! 너무너무 반갑습니다!!
권오찬 @moya95
@hjhrock 꼭 가보셔요. 이 동네 사람들에겐 파주 최고의 간짜장이라대요!! 근거리 골드스파라도 편백 사우나도 추천합니다!! 요즘 저 사우나 투어 다녀요~
맛집개척자 @hjhrock
@moya95 사우나투어 부럽네요. 사우나 후에 짜장면 좋죠.^^
하늘호수속으로 @skylake123
까꿍! 오찬님~~ 죽피장식 진짜 오랜만에 보네요. 그동안은 저런 장식이 있었나? 자체를 까먹고 지냈네요. 반가워라~~
권오찬 @moya95
@skylake123 중국집이 청요릿집이라 불리던 8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채소 카빙 근사하게 내는 집들이 많았지요. 여기 탕수육 소 사이즈가 14천원인데, 죽피까지 내줄일인가 싶었어요. 그만큼 음식에 진심이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