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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역 #서령청담 #서령순면 * 한줄평 : 냉면집에도 영웅의 서사가 있다면.. 1. 지난 7월 25일, 강원도 홍천의 장원막국수에서 시작한 순메밀 냉면집 서령이 청담에 입성했다. 서울의 미식 지형은 한남과 성수, 강남과 홍대, 광화문 등 여러 축으로 나뉘어 있지만 그중에서도 청담동은 외식업계에서 자신의 격을 증명해야 하는 상징적인 무대에 가깝다. 그런 청담에 서령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으며 지난 시간을 되짚어보니, 문득 이 냉면집의 성장 과정이 영웅의 성장담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이름난 식당이 본점의 성공을 발판 삼아 서울의 주요 상권으로 진출하고 지점을 늘리는 일은 이제 하나의 성장 공식처럼 익숙한 풍경이 됐다. 그러나 서령이 청담까지 온 과정은 이런 일반적인 경로와는 사뭇 다르게 읽힌다. 3. 서령의 뿌리는 2001년 강원도 홍천에서 문을 연 장원막국수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종문 면장은 전국 각지의 이름난 막국수집을 찾아다니며 메밀을 공부했고, 당시로서는 흔치 않았던 메밀순면에 동치미가 아닌 고기 육수를 조합해 자신만의 막국수를 만들어갔다. 그렇게 장원막국수는 미식가들 사이에서 제법 이름난 식당이 됐다. 4. 보통의 성공담이라면 그다음에는 장원막국수 2호점이 등장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종문 면장은 자신이 일군 식당을 제자에게 물려주고 홍천을 떠나 별다른 연고도 없던 강화도에 둥지를 틀었다. 어렵게 일군 식당을 뒤에 남겨두고, 낯선 곳에서 다시 자신의 솜씨를 처음부터 증명해야 하는 길을 택한 셈이다. 5. 서령이 지나온 시간을 공간의 이동으로만 보면 그리 복잡하지 않다. 홍천에서 강화도로, 강화도에서 남대문으로, 다시 잠실과 여의도 등 서울의 주요 상권을 거쳐 이제 청담에 이르렀다. 6. 그러나 정종문 대면장의 시간을 포개놓고 보면 같은 이동이 조금 다르게 읽힌다. 홍천에서 오랫동안 메밀을 파고들며 수련했고, 성공 궤도에 안착한 식당을 뒤로한 채 강화도에서 독립했으며, 그곳에서 ‘서령’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스스로 증명했다. 이후 남대문을 통해 서울 한복판에 입성했고, 잠실과 여의도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며 강화도의 작은 냉면집을 하나의 브랜드로 키워냈다. 수련에서 독립으로, 독립에서 증명으로, 다시 입성과 확장으로. 그리하여 냉면집에도 영웅의 서사를 붙일 수 있다면 서령의 지난 시간이 그러하지 않을까 싶다. 7. 홍천의 작은 막국수집에서 출발한 지 25년. 강화도에서 자신의 이름을 증명하고 서울에 입성한 서령이 이제 미식의 상징적인 무대 중 하나인 청담까지 들어왔으니, 얼핏 보면 긴 성장 끝에 도달한 하나의 정점처럼 보인다. 8. 하지만 이번 청담점이 흥미로운 이유는 좋은 상권에 지점 하나를 더 냈다는 데 있지 않다. 정종문 대면장이 청담에 상주한다는 점이다. 서령의 공식적인 본점은 강화도에서 이전해 자리잡은 남대문점이다. 그러나 서령을 만든 정종문 대면장이 직접 주방에서 면을 뽑는 곳은 청담이다. 족보를 굳이 따지자면 남대문이 본점이지만, 지금 서령의 중심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청담을 본진이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9. 식당이 커지면 창업자는 자연스럽게 주방에서 멀어진다. 자신이 하던 일을 직원에게 가르치고 조리법을 표준화하며, 매장이 늘어나면 경영과 운영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된다. 한 사람의 식당이 여러 사람이 운영하는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당연한 과정이다. 그러나 정종문 대면장은 서령이라는 이름이 가장 넓어진 지금 다시 면틀 앞에 섰다. 10. 홍천에서 강화도로, 다시 서울로 무대를 넓혀왔다는 점에서는 분명 계속된 전진이다. 그러나 그 긴 여정 끝에 정종문 면장이 선택한 자리가 자신이 처음 출발했던 면틀 앞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청담은 ‘정복’보다는 오히려 귀환에 가깝다. 11. 우리는 관념적으로 서령을 평양냉면집이라 생각하지만, 정작 메뉴판에는 ‘평양냉면’이라는 이름 대신 서령순면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평양냉면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흔히 육수를 먼저 말한다. 슴슴하다거나 육향이 진하다거나, 염도가 높고 낮다는 식이다. 그러나 내게 냉면을 판단하는 첫 번째 기준은 육수보다 면이다. 12. 정종문 대면장이 뽑아준 순메밀 면은 전분이나 결합제를 넣지 않은 순면이다. 질긴 탄력보다는 툭툭 끊어지는 식감이 먼저 느껴지고, 천천히 씹다 보면 구수한 곡향과 은근한 단맛이 뒤따른다. 그 면을 씹고 있으니 서울에서 한 시간 넘게 달려 강화도까지 찾아갔던 그 시절의 서령순면이 문득 떠올랐다. 정종문 대면장이 청담에 상주한다는 말이 그제야 실감났다. 13. 서령의 본점은 남대문이지만 본진은 청담이라는 말도 결국 여기서 설명된다. 간판이 어디에 걸려 있느냐보다 누가 면틀 앞에 서 있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막국수집으로 시작한 식당은 평양냉면집이 되었고, 한 사람이 운영하던 식당은 이제 서울을 대표하는 냉면 브랜드 가운데 하나로 성장해 미쉐린 가이드 빕 구르망에도 이름을 올렸다. 장소도 바뀌었고 이름도 바뀌었으며 규모도 달라졌지만, 그 긴 시간 동안 정종문 대면장이 놓지 않은 것은 결국 메밀이었다. 14. 수련하고, 독립하고, 스스로를 증명한 뒤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갔다가 다시 자신의 본업으로 돌아온 사람. 냉면집에도 영웅의 서사가 있다면, 서령의 지난 25년이 그러하지 않을까.

서령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704 삼강빌딩 1층

빵에 진심인 편

글이 너무 재밌어서 빨려들어가며 읽었네요 😂

권오찬

@awsw1128 항상 따스하게 바라봐주시는 빵진심님~ 안주가 좋으면 술이 많이 들어가듯.. 음식이 좋으면 제 글도 좋아지더라구요. ㅎㅎㅎ

Luscious.K

저보다 먼저 다녀가셨네요 ㅎㅎ 저도 곧 가보겠습니다.

권오찬

@marious 양지수육 꼭 드셔보세요. 항정살 수육도 훌륭하지만 그에 비할바가 아니더라구요. ㅋ

타코와사비

곧 남대문점으로 가는데 너뮤 흥미로운 글이네요! 담엔 꼭 청담으로 가봐야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권오찬

@hyolollo 항정살 수육도 맛있지만, 만두와 양지 수육이 특히 맛있었어요. 맛있는 식사하세요. ^^

맛집개척자

서령이 서울에 오고서 한번도 못가봤는데 이젠 선택의 폭이 넓어질만큼 업장이 많이 확장됐네요. ^^

권오찬

@hjhrock 그러고보니 청담이 4번째 매장이군요. 대면장님은 수제자와 청담 상주하시니 청담으로 가시면 강화도 시절의 그 맛을 경험하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