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예전에 책 만드는 일을 했었는데요, 원고는 저자가 쓰고 표지는 북 디자이너가 한다고 말하면 (심지어 제 경우엔 교정교열도 외주로 했는데) 그럼… 편집자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나요? 라고 사람들은 묻곤 하죠. 전 그걸 ‘영화감독’에 비유 했어요. 숙련된 편집자라면 일반 단행본 기준 2달이면 편집을 마무리 해 책 한권을 내는데요. 그 두 달 동안 제목을 정하고, 책 포지셔닝을 잡고, 컨셉/타겟/주제를 뾰족하게 잡아 그에 맞춰 띠지 카피를 쓰고, 부제를 정하고, 저자 소개, 소제목, 구성 배치, 추천사, 적절한 표지 방향 등을 촘촘히 설계해 빌드업 합니다. 이 과정은 어느 매대에 책이 놓일지와 제목/표지 등에 대해 저자를 이해 or 설득 시키고, 언론 대상 릴리즈와 오피니언 리더 그룹에게 노출, 마케팅 기획 전반이 수반 됩니다. 제게 이 가게는 그런 기획의 집합체에요. 코로나 시대 크게 규모를 키운 먹인플루언서들은 사실 외식업자였거나 결국 외식업자가 되었는데 여길 만든 내궁님과 테디뵈르, 골든피스를 만든 뚜기님이 먹인플루언서 출신의 젊은 기획자로는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죠. 만드는 과정 자체가 누군가의 기획 노트를 훔쳐보듯, 그 결과물이 궁금해서라도 안 가볼 수가 없어요. 동시대를 살며 그런 기획자들의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언제나 재밌습니다. 맛을 떠나 자아와 의뢰인의 성공 사이 아슬아슬 맞춰낸 것들이 그 고민의 결들을 담아내 차별점 또는 배울 점을 주거든요. 제겐 이 분 https://polle.com/rumee/posts/2232 또한 그런 경우라 긴 글을 쓴 적이 있지요. 아마도 꽤 오랜 시간 전 저를 ‘기획자’로 정의해왔어서 이런가 봅니다…
노커 어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46길 15-6
권오찬 @moya95
저는 자비출판을 해서 직장 생활을 하는 중 홀로 마케팅을 했고, 이번에 노포를 테마로 출간한 지인 작가는 기획출판을 했는데.. 마케팅 수준이 플래티늄 수저와 흙수저 차이더군요. 작가도 쉽지 않지만, 미오님이 하신 편집자도 엄청 대단한 일을 이루어내는 분들 같습니다.
미오 @rumee
@moya95 저자는 가장 훌륭한 최초의 기획자이신걸요!!! 편집자의 역할이 중요한 책도 있지만 저자가 다 하는 책도 있습니다. 저도 제가 가져간 기획은 데스크에서 킬 되고, 그 저자분께 전혀 다른 기획을 의뢰하게 되었는데 저자 분이 강연으로 다 팔고 다니시더라고요… 아마 이번 경험을 베이스 삼아 넥스트 타자석에 또 오르실 일이 있으실 거여요! 저도 쓰신 책 정말 재밌게 읽고 있는데 매 챕터의 문장마다 이야기꾼 ‘오찬님’ 의 캐릭터를 혼자 떠올려보게 되곤 합니다~ 🙂
Colin B @colinbeak
돈을 벌려면 기획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 반대로 본질인 음식보다 기획이 먼저인 곳에는 발길이 잘 안 가더라고요.
미오 @rumee
@colinbeak 아마 저도 개인적 취향은 콜린님과 비슷할텐데요. 때로는 맛이 아닌 다른 이유들이 가게의 성공의 크기를 결국 좌우하는 현실을 보다보니 그 연원을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 아마 그런 공부 과정이라 더 유의미하게 보는 것 같아요! 연휴 잘 마무리 하시고요 또 뵈면 기획 이야기 나누어요 🙂
석슐랭 @kims8292
현실을 외면하기 힘든... 때로는 맛이 아닌 다른 이유들이 가게의 성공의 크기를 결국 좌우하는 현실. 공감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