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슴슴한 만두라니, 만두계의 평냉, 만두계의 신성각이랄까요. 지방 도시를 혼자 여행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사실 어딜가도 아침 러닝을 하며 새로운 풍경을 즐기기에 어디라도 좋지만, - 미술관이 있을 것 - 저녁에 혼술할 바나 술집이 있을 것 - 아침에 러닝하기 좋은 코스가 멀지 않게 숙소가 있고 - 만두맛집이 있을 것 천안처럼, 대학이 많고, 인프라가 갖춰진 도시들은 여자 혼자 여행하기 꽤 좋습니다. 위의 모든 조건에 부합하죠. 심지어 백화점도 2개나 있는 도시. 이번엔 출장차 들리긴 했습니다만, 천안에 혼자 놀러온 지난 여행 때 일정 중 두 번을 들렸으나 두 번다 먹지 못했던 만두집을 이번에 드디어 성공했습니다. 쪽문만두는 정말이지 쪽문에 있습니다. 천안 중앙시장은 무척 큰 시장인데요, ‘만두속’으로 ‘무’를 채쳐 넣는다는 이 집의 존재는 늘 저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특히 저 쪽문에서 만두를 내오나? 다들 먹고 가는 것 같던데.. 자리가 어케 되는 걸까… 이번 여행에도 첫 방문은 실패. 평일은 만두가 떨어지면 바로 문 닫고 가신다네요. 결국 마지막날 점심을 먹으러 가기 전, 여기 들려 0차를 했답니다. (들어보니 전날 근처 축협 분들이 쓸어가셨다네요) 닫힌 문을 댕기면 열리고, 놀랍게도 온기가 있고… 시골 창고 같은 통로를 지나면, 관리가 잘 된 창고라기 보다는 아지트 같은 테이블 2개의 식당이 나옵니다. 딱 엄마뻘 될 것 같은 아주머니가 살뜰하게 서서 만두를 빚고 쪄내고 계시고요. 가게는 65년 개업. 창업주 할머니께서는 원래 식당을 하시다가, 만두로 업종을 바꾸셨고. 학생이던 딸들이 친구들을 데리고 와 만두를 먹였는데 그게 입소문이 났다고 합니다. 그 할머니께서 나이가 드셔서, 가게를 어떻게 할까 하셨을 때 현 사장님이 자녀들의 허락을 받아 가게를 잇게 되셨다고 하네요. “전국에 이 속은 여기만 있어요~” 만두는 딱 2종류. 찐만두와 군만두. 전 만두는 ‘찐만두’라 생각하기에 찐만두를 하나 시켜 앉습니다. 새로 찐 걸로 내줄게요~ 조금 기다리니 단아한 만두가 나옵니다. 큰 판씩 익혀 나오는 만두의 온기를 뭘로 대체할 수 있을까요. 한입 먹으니, 정말이지 슴슴합니다. 이런 만두적 충격은 ‘연밀 호박 만두’ 이후 처음이네요. 분명 이걸 맛이 안 난다고 하실 분들도 있지만, 그래서일까 피의 맛과 향이 구수하게 은은하게 들어옵니다. 못 참고 군만두를 추가했어요. 바로 옆 또다른 주방 같은 공간에서 작은 화구 올린 후라이팬에서 튀겨 오세요. (창으로 다 보이는데, 무척 신기해요. 여기도 깨끗한 공간입니다) 전체적으로 허름하긴 해도 무척 관리가 잘 되어 있는 반들반들함이 있어요. 흐린 눈을 해야할 그런 위생이 아닙니다. 낡고 허름할 뿐이죠. 정말이지 세트장 같은 가게. (이게 현실이야??? 싶은 이 공간에서 먹는 체험이 정말이지 너무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군만두 바삭바삭. 아아… 좋네요 이 재질은 군만두로도. 못 참고 만두 포장을 부탁드립니다. 열맞춰 눕혀 종이에 곱게 싸진 찐만두 두 판을 포장해, 쓰러지지 말라고 학화호도과자 위에 올려놓습니다. 혼자 만두 두 판 먹고, 두 판 싸온 여자. 네, 제게 천안은 만두의 도시에요. 이 식당은 아주 오래전 곰박사 @arsene99 님이 제게 추천해주신 곳이기도 하지요. (이번 밀라노 동계올림픽 개회식 해설자로 얼마전 출국하셨더라고요. 세상에..! 오프에서 술 노나먹었던 추억 있으신 분들 기억하시지요…? 😌) 그렇게 어떤 식당으로 기억되는 인연과 시간들이 추억이 되어 찾아옵니다. 그런, 그런 시간들이었어요.
쪽문 만두
충남 천안시 동남구 수선정길 1 미도가방
Luscious.K @marious
가야겠네요
Colin B @colinbeak
너무 좋아요.
미오 @rumee
@marious 오후 3-4시면 문 닫는 날도 있지만 평일 5-6시까진 보통 하시는 거 같더라고요~ 아마 러셔스님 가시면 더 재밌는 정보를 들어오실 것 같아요!!!
Luscious.K @marious
@rumee 처가가 이북이라 속을 호박으로 만드는 호박만두, 저는 제주도라 제주도 빙떡. 두 음식 모두 속이 슴슴해서 제 입맛에 딱 맞을 것 같아요.
미오 @rumee
@colinbeak 반전 매력이 있으니까 진짜 예전 집(?) 체험 같은 느낌으로다가 따님과 다녀오셔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ㅎㅎ ‘비건 만두 맛이라는 평’도 있더라고요 ㅎㅎㅎ
미오 @rumee
@marious 와…!!! 그러셨군요. 최근 맛있는 빙떡을 너무 먹고 싶었는데, 저도 호박이나 무처럼 슴슴하게 다른 속이 들어간 만두는 막 쪄낸 그 맛을 너무너무… 먹고 싶더라고요 :) 천안에선 중앙시장 근방의 평냉집도 참 오래된 정갈한 집인데 이 집과 함께 오래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더라고요~ 러셔스님의 만두길도 쫄레쫄레 따라가보겠습니다 😌
Luscious.K @marious
@rumee 천안 가면 평냉 먹고 만두도 먹고 간짜장도 먹어야 하고 ㅋㅋ
미오 @rumee
@marious ㅎㅎㅎㅎ 아 간짜장!!!!! 지방 소도시 간짜장 탐험 넘나 좋네요 ㅎㅎㅎㅎ 아니 이걸 언제 다 먹어… 하면서 다 드실 것 같아요..!
비교적온순 @dulana
갑니다! 가볼랍니다!
heavenly @hvn
맛있어보여요... 딴얘기지만 미오님 요즘은 트위터 안 하시나요? 제가 최근에 시작해서 궁금해서요 ㅎㅎ
미오 @rumee
@dulana 온순님은 좋아하실 거 같아요!! 그치만 가족과 여행가서 굳이 가시라 하기엔… (출장이나 들리실 때… 😌)
미오 @rumee
@hvn 아 저는 09년도부터 오랜 트위터 헤비유저 였어요. 당시엔 ‘트잉여’라고들 트위터리안들이 스스로를 칭했는데, 5년은 죽어라고 5년은 즐겁게 뼈를 묻었더니 이젠 ㅎㅎㅎ
heavenly @hvn
@rumee 즐길만큼 즐기셨군요... 다시 돌아오시면 알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