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 정육식당 누구든지 평등하게, 그리고 맛있게 예전부터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고기였고, 최근에도 한우 오마카세라는 트렌드를 타고 주가를 올리는 쇠고기지만, 그와 동시에 모든 이들의 외식 메뉴로서 항상 후보에 드는 친구이기도 하다. 넓고 높게 퍼진 쇠고기의 음용법 중 하나인 정육식당. 정육점 한켠에서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게 시작된 것이기에 직접 고른 고기를 저렴히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곳이 아니런지. 역사가 길지 않은 강동구에서 개발 이전의 발자취를 조금 느낄 수 있는 길동시장에 위치한 정육식당. 시장답지 않게 깔끔하게 잘 정돈된 실내와 주방이 맞이한다. 진열된 고기는 적었는데, 부위별 균일가 주문을 하면 즉석에서 썰어내는 방식인듯 하다. 신선하기야 하겠으나, 개인적으로 직접 고르는 매력이 없어 조금은 아쉬웠다. ##고기 등심, 안창, 안심, 살치 등등 꽤나 다양한 부위가 있다. 1인분에 180g이니 계산해보면 깔끔한 매장과 나쁘지 않은 찬에 비해 가격도 좋다. #등심 꽤나 두껍게 썰린 큼지막한 꽃등심. 알 부분과 새우살이 같이 나오니 호방하다. 고기는 그때그때 조금 다르겠지만 대략 1+ 정도인 듯 하다. 덕분에 두꺼운 두께에 기름보다는 육향이 잘 어우러져 맛있다. #차돌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이 집의 킥. 생차돌을 썰어내진 않은 듯 하지만, 넓적하고 생기가 돈다. 한우 특유의 구수한 육향이 잘 느껴져 맛있었다. #안창살 소의 복강을 둘러싼, 사람으로 치면 빗근에 해당하는 부위라 소에서도 극히 드물게 나온다. 기분좋게 비릿한 육향에 결대로 썰린 조직감이 어우러져 맛은 흠잡을 데는 딱히. 다만 거의 원가에 해당하는 저렴한 가격 탓인지 일반적인 안창살 부위와는 조금 다른 듯 한 점이 의아했다. 고기를 잘 아는 분이 있다면 첨언 부탁드리옵니다. #살치살 먹어보진 않았다만 때깔을 보니 뭔가 베스트가 될 법도. 다음에 간다면 꼭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육사시미 또 다른 킥이다. 단돈 2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상당히 푸짐한 양. 달짝지근한 고추장 소스와도 잘 어울린다. 무슨 부위인지까지는 내공이 달려 잘 모르겠으나, 육사시미치고 지방이 꽤나 있는 부위라 그 점도 재미있다. ##된장찌개와 밥 코리안 고깃집의 시그니처. 고기 먹은 자들의 특권답게 단돈 2천원에 찌개를 즐길 수 있다. 2천원이라기엔 좋은 두부와 육수의 감칠맛이다. 밥도 고슬고슬 맛있으니 단백질에 지친 소화기관을 달래주자. 아무래도 요즈음 전통시장을 자주 가게 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정육식당을 자주 갈 일이 없었던 내 자신을 반성하게 되는 식당. 도톰한 소고기를 숯불에 구워먹는 그 원초적인 맛이란. 사실 어린 시절만 해도 그냥 소고기를 구워먹는 날이 곧 행복 아니었던가. 양에 비해 가격도 싸고 전통식당답게 온누리도 되는데 등급을 따져 무엇하리. 재방문의사: 4/5 P.S 밖에서 사가는 고기는 가격이 더 저렴한 듯 하다. 남겨진 자들을 위한 전리품이 될 수도.

유경 정육식당

서울 강동구 천중로52길 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