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넘치는 숯불요리 코스 하쿠시 출신의 박찬혁 셰프님께서 합정에 새로 자리 잡으신 곳. 코바시(香ばしい: 향긋하다)라는 가게이름에 걸맞게 입구에 선향(線香)이 하나 피워져 있던 것이 개인적으로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주류 정책은 4인기준 2병 혹은 4잔 주문으로, 콜키지할 경우 한병에 3만원을 지불하게 되고, 한 병 주문한 셈 쳐주는 시스템입니다. 저희는 평일이라서 각자 글라스로 한 잔씩 주문했고, 저는 칠레 소비뇽블랑을 글라스로 부탁드렸었는데 피망향 많이 안나고 꽤 괜찮았어요. 하지만 이 날 요리를 보아하니 샴페인이 마시고싶어서 혼났네여 허허 ####제철(旬)#### 에피타이저로 나온 제철 요리는 봄나물 오히타시(お浸し). 오히타시는 일식 조리 방법으로 채소를 가츠오부시 다시에 담가놓는(浸す)요리로, 봄 주꾸미, 마, 라임 등이더해저 상큼하고 개운하게 코스를 스타트할 수 있었습니다. ####사시미(刺身)#### 사시미는 도미, 학꽁치, 청어, 단새우. 비린내 없이 깔끔해서 괜찮게 먹었습니다. ####유자(柚子)#### 유자는 스이모노(吸い物)로 나왔는데, 국물에도 유자즙이 들어가있지만, 그릇 뚜껑에도 유자 스프레이를 뿌려 향을 극대화했습니다. 맛은 후추의 매콤한 맛이 혀를 때리는 맛이었는데, 고깃국물이지만 후추와 유자덕분에 상쾌한 느낌이 드는 국물이라 좋았습니다. ####토스트(トースト)#### 안키모와 시소가 들어간 토스트는 역시 맛없없. 개인적으로는 냅다 식빵에 뭔가 끼우는 요리 별로 안좋아하는데….(일본 몇년 살았는데도 후르츠산도, 타마고산도 입에도 안댄사람) 식빵도 잘 구워졌고 안키모 퀄도 괜찮고 조미도 잘 된데다 향긋한 시소잎이 안키모와 꽤 잘어울려 맛있게 먹었습니다. ####만두(餃子)#### 만두는 일반 밀가루피 만두가 아니라 닭날개에 찹쌀과 귀리를 채워내 구워낸 테바사키교자(手羽先餃子)였는데요. 받은 식기의 뚜껑을 여니 연기가 싹 올라오는데 기분탓인지 일반적인 훈연향이 아니라 선향/인센스같은 향이 나서 신기했어요. 맛은 찹쌀이 들어가 약밥 느낌도 나고 쫄깃하니 괜찮았어요. ####튀김(揚げ物)#### 작은 두릅조각을 얹은 버섯 돼지고기 고로케. 서브 직전에 생양송이를 갈아올려주시는데, 생양송이의 폭신한 질감과 싱그러운 맛 덕분에 튀김의 기름기를 싹 잡아주더라구요. ####정소(새우로 대체)#### 원래는 대구 정소가 나왔어야 하나 정소 철이 끝물이라 그런지 이 날 재료 상태가 좋지 않아 새우 완자요리로 대체해주셨습니다. 익힌 가지와 무, 시금치등의 채소 식감도 좋고 겨자미소도 짭짤하니 좋았습니다. ####흑돼지(黒豚)#### 지리산 흑돼지를 천천히 익혀낸 메인 디쉬는 트러플을 갈아올려주시는데 블랙트러플 풍미보다 숯향이 더 좋더라구요 ㅎㅎ ####식사(食事)#### 직접 우린 다시로 만든 오차즈케는 셰프님의 아버지가 농사지으신 쌀로 만드셨다고. 부드러운 도미의 식감과 따뜻한 밥과 육수의 맛이 어우러져 부른 배를 도닥여주는 맛이었습니다. ####디저트(デザート)#### 마무리는 일본식 푸딩. 달지 않게 만든 에스프레소st 캐러멜 덕분에 코스를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네요. 화려한 맛은 아니지만 10만원 언더라는 착한 가격에 준수한 맛의 코스 + 와인 한잔까지 곁들일 수 있는 곳이라 만족스럽게 먹고 나왔습니다. 재방문의사O
코바시
서울 마포구 양화로1길 25-3 지하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