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 #홍릉각 "후회 없는 홍릉각의 삼선짬뽕" 최근 맛되디님의 홍릉각 리뷰에서 사부님이 아프시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미 80이 훌쩍 넘으신 사부님을 생각했을 때 이제 홍릉각이 다시 갑자기 문을 닫아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그러니 나도 서둘러야 한다. 홍릉각에서도 "먹기 난이도"가 꽤 높은 삼선짬뽕을 먹으러 말이다. 홍릉각의 음식은 시간대별로 주문 가능한 메뉴가 다른데 삼선짬뽕은 점심 피크타임이 지난 2시 이후에 주문이 가능하다. 2시 조금 전에 방문하니 손님은 한 테이블 밖에 없어 좁은 가게에 여유가 있긴 한데, 사부님께서 힘겹게 앉아 계시며 다른 손님과 얘기중이시다. 올해 83이시라고... 나의 주문을 받고 주방으로 걸어가실 때에도 부축을 받고 가시는 것을 보면 얼마 전 쓰러시진 영향이 있긴 한가보다. 그럼에도 주방에서 웍질을 하시는 것을 보면 정말 초인적인 의지가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주방이 사부님에게는 건강을 이어가기 위한 최적의 육체적, 정신적 쉼터일 수도 있겠지만... 힘이 부치시는지라 혼자 다 하실 수는 없고 보조 여사님께서 들어가는 재료를 일일히 숫자를 세어 그릇에 담아주신다. 그러면 사부님이 웍으로 조리를 하시고 마무리를 여사님과 사모님이 하시는 분업화 형태로 운영을 하셔서 사부님의 워크로드를 최소화 한다. 어렇게 나온 짬뽕의 비주얼은 <아름답다> 한 그릇에 몇만원 하는 호텔 짬뽕에 절대 뒤지지 않는 멋진 비주얼이다. 국물은 잔잔한 호수와 같고 멋진 파스텔 오렌지 색으로 보일 것 같이 영롱하다. 큼지막하게 썰려있는 채소들도 평범하지 않은데, 길쭉한 죽순, 큼지막한 표고버섯, 대파, 당근, 청홍피망, 그리고 신기하게도 <샐러리> 홍성원과 동순각 처럼 오래된 짬뽕내공이 출중한 곳들과 비슷하게 양파는 최소화 되어 있다. 해물 라인업 중에 해삼도 큼지막하게 들어있는데 식감상 멍텅구리일 가능성이 있긴 한데 또 진짜 해삼을 쓰신다는 자부심이 있으시다고 하니 진짜 해삼을 수도 있겠다. 그 외에 대왕오징어, 관자, 알새우가 해물의 주류다. 어찌보면 15,000원이라는 금액이 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멍텅구리라면..). 예전엔 이보다 더 풍성했다고 하니 조금은 아쉬운감이 없지는 않다. 그런데 맛은 환상적이다. 매운 맛의 감성은 있지만 맵지는 않다. 깊은 닭육수의 맛과 재료에서 나오는 맛이 완벽하게 블렌딩이 된 맛이다. 혀에 실키하게 전달되는 국물의 점도와 맛의 강도는 정말 잘 만들 국물에서 느껴지난 착! 붙는 느낌이 확연하다. 어떻게 보면 고추가루의 킥이 없어 밋밋할 수도 있겠지만 이 짬뽕은 자극으로 먹는 식사가 아닌 조화를 느껴야 하는 요리 같은 느낌이 난다. 맛이 아름다운 국물을 버릴 수가 없으니 공기밥을 말아 끝까지 다 먹어치웠다. 다만 밥과는 그리 썩 어울리지는 않는 강도의 맛이라 국물 자체로 즐기는 것이 어쩌면 더 좋을 수도 있겠다. 이제 홍릉각의 육미짜장, 육미간짜장, 굴짬뽕, 삼선짬뽕을 다 경험했다. 이제 후회가 없다. 다만 사부님께서 건강을 잘 유지하셔서 아름다운 맛을 우리가 더 오래 즐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PS: 홍릉각 삼선짬뽕에 감동받은 포인트가 표고버섯이다. 보통 중식당의 표고는 퍽퍽해서 그리 손이 가지 않는데 여기 표고는 스폰지 처럼 국물을 가득 머금고 부그럽다. 큼지막한 표고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PS2: 아래 맛되디님 댓글에서 확인하니 맹물로 이 맛을 내는 것도 신비할 따름이고 진짜 건해삼을 쓰신다니 15,000원 아깝지가 않네요. 다음 기회엔 잡탕밥이 목표가 됐습니다! #러셔스의베스트중식 #러셔스의베스트짬뽕 #러셔스노포
원조 홍릉각
서울 동대문구 약령시로 90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