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동순각 "문화유산으로 보존되어야할 소중한 노포 중국집" 이제 동순각의 식사를 제대로 파악해 보려고 한다. 특히 옛날 메뉴들이 너무나 먹고 싶었고 궁금했다. #울면 울면 맛있다. 초등학교 때 먹고 반했던 맛 그대로다. 담백한 국물인데 절대 한국식 국물은 아니고 계란과 해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감칠맛과 부드러움이 고급스러운 맛을 준다. 해물도 넉넉하고 면의 양도 많은데다 왠지 든든하게 보약먹는 끈적한 국물은 마음까지 해장시키는 느낌이다. #볶음밥 아주 훌륭한 볶음밥이다. 고슬하게 잘 볶아진 쌀알에 코팅된 기름기가 과하지 않다. 타지 않고 잘게 부서져 섞여있는 계란은 얼마나 화려한 웍질의 결과인지를 보여준다. 연한 불향이 나지만 소금간은 전혀 안되있어 고소하고 담백하다. 살짝 단맛이 나는 짜장소스와도 조합이 좋다. 접시바닥에 기름이 그리 많이 묻어있지 않은 것을 보면 웍질의 승리다. 오므라이스 메뉴가 있는데 이 메뉴는 볶음밥 위에 케챱을 뿌리고 그 위에 더 커다란 계란지단을 올렸다. 대신 짜장은 안나온다. 워낙 밥이 맛있으니 도전해 봐도 좋을 메뉴! #잡탕밥 매력적이다. 동순각 스타일로 길쭉하게 썰은 채소와 해물이 기가막히게 어우러진다. 낙지, 오징어, 소라, 새우가 잔뜩 들어있고 대파, 배추, 죽순, 피망, 주키니호박이 파티를 이루는 듯 그득하다. 모두 개성있는 식감을 뽑낸다. 해물들은 오버쿡 하나 없이 개성 있게 자신을 뽑내고 채소들도 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자신만의 역할에 충실하다. 특히나 얇고 길게 썰어낸 호박은 잡탕밥 전체적인 식감의 발란스를 맞추는 핵심역할을 하는데 자신도 절대 무르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아삭하다. 연하게 매운맛이 있는 잡탕의 스탠다드로 인정해도 좋을 만큼의 멋진 요리다. #잡채밥 별것 없어 보이는데 별거인 잡채밥 고추기름으로 볶아내 붉은색을 띄지만 맵거나 하지 않고 담백하면서 감칠하다. 연하게 뿝어져 나오는 불향이 전체적으로 은은하고 두꺼운 중국당면은 무르지 않고 쫀득하다. 잡채밥 잘한다는 노포 중국집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 #짜장면 워낙 기본기가 튼튼한 노포이다보니 짜장면도 아주 맛있다. 기본 짜장이 유니짜장 스타일이라 면빨에 딸려오는 장과 건더기가 충분하다. 연한 단맛이 나지만 적절한 짠맛과 감칠맛이 아주 조화롭고 매우 부드러워 술술 넘어가는 짜장으로 이제 나이들어 곱배기를 못먹는 본인도 이곳 짜장 곱배기는 거뜬하게 해치운다. #탕수육 잘 만든 옛날 탕수육의 전형이다. 포슬하고 두껍지 않은 묘한 담백함이 느껴지는 고기튀김. 얇은 듯 하지만 결코 얇지 않은 고기와 튀김옷의 비율이 적절하다. 오랜만에 보는 캐첩소스의 단맛은 이제는 클래식이 아니게 되버린 맑은 소스와는 또 다른 옛맛을 준다. 최근에 캐찹소스는 거의 보지 못했는데 영등포 노포에서 이걸 맛보게 된다. 찍먹 보다는 부먹을 추천하는데, 포슬한 튀김 속으로 속속들이 베어드는 소스와의 궁합이 기가막히기 때문. #유산슬 간단한 재료로 최상의 맛을 내는 동순각의 유산슬은 명품이다. 슬로 썰은 돼지고기는 양념 후 전분을 묻혀 식감을 소스와 맞게 부드러움을 강조했고, 해삼 역시 꽤 들어 있어 유산슬의 식감과 정체성을 부여한다. 특히 다른 곳에서는 유산슬에서 잘 보이지 않는 대파가 인상적인데, 대파를 슬로 썰어 아삭한 식감을 주기 때문에 유산슬이 무료하지 않다. 전체적으로 대파를 아주 잘 쓰는 집. 결론을 내리자면 이집은 서울에서 매우 만나기 힘든 옛방식 그대로를 고수하는 보존 가치가 있는 중국집이다. 서빙, 배달, 조리, 맛 모두 그 옛날 우리가 어디선가 흔히 먹어봤을 맛이지만 이제는 눈을 씻고 찾아도 찾기 힘든 소중한 곳. 아마도 이런 집이 음식 문화유산으로 남아 후대로 전달되야 하지 않을까?
동순각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로45길 14-5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