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로데오 #사토시 #디너오마카세 * 한줄평 : 미식에 관해 문득 든 생각 1. 압구정로데오에 소재한 <사토시>라는 스시야에서 반가운 모임을 가졌더랬다. 모임 구성원 모두가 미식에 관한 각자의 기준과 철학이 뚜렷한 분들이라 언제 어디서 만나더라도 그 즐거움이 극에 달하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즐거운 신년회를 보냈다. 2. 개인적으로 스시야는 경험도 미천한데다 그 빈약한 경험만큼 아는 지식도 전무하여 어려운 곳이다. 통상 스시 오마카세라 하면 니기리를 하는 이타마에와의 이력도 왠지 알아야 할 것 같고, 다른 업장과의 비교를 통한 훈수나 칭찬도 몇 마디 해야 할 것 같고, 가격대 자체가 높은 편이니 왠지 영혼을 끌어모아 있는 척도 좀 해야 할 것 같고.. 이래 저래 내가 자신없어 해야 하는 것들을 해야 한다라는 부담감이 가득한 곳이 바로 스시야이다. 3. 그런데 이번 모임을 통해 그런 부담감이 조금은 사라진 듯 하다. 이미 쉐프와 라포가 형성된 단골이 있었던데다 다른 분들 역시 스시에 대해 일가견이 있으니 그런 부담감이 덜했던 요인도 있지만, 우리끼리의 재미있는 이야기에 집중하다보니 <무엇>을 먹는가보다는 <누구와> 경험하는가가 더 중요한 궁극의 미식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4. 회사 후배들에게 늘 이르는 말이 “다른 세상의 사람들과도 만나라!”이다. 회사 사람들만 만난다는 것은 어느 정도 비슷한 연봉과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이들과 살아간다는 것과 진배 없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으니 업과 환경이 다른 세상 사람들은 어찌 사는지 두루두루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5. 이 모임이 그렇다. 미식이라는 주제를 기본으로 하되 각자 다른 업에 종사하고 있고, 관심사가 다른 이들은 어찌 세상을 바라보는지 그런 이야기가 너무 즐겁다. 6. 함께 하는 사람들이 좋으니 음식 역시 그랬다. 스시 입문을 강남에서 꽤 비싼 곳에서 했는지라 아는 건 없어도 기대치는 높은 편인데, 이 식당을 경험하고 나니 스시야에서 중요한 건 가격과 비례하는 고급 식재료보다는 <쉐프와의 궁합>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더랬다. 7. 그래도 귀한 경험이니 짧게라도 음식에 대한 품평을 하자면.. 1) 약 3시간에 걸친 이 집에서의 미식 경험은 내내 대충 씹고 식도로 넘기려는 나의 식습관과 최대한 음미하기 위해 삼키지 않으려는 이성간의 싸움이었다라는 표현을 하고 싶다. 2) 스시라는 게 재료의 신선도와 손질 등에 따라 맛의 편차가 큰 음식이긴 하지만, 어떤 어종을 엎더라도 결국 스시의 전체 식감을 지배하는 것은 샤리이다. 사토시의 샤리는 꼬들하여 밥알의 존재감이 뚜렷한데 입 안에서의 풀림이 나와 궁합이 너무 좋다. 3) 비장탄으로 오랫동안 천천히 익혀냈다는 금태로 솥밥을 만들어주셨는데, 불향이 너무 좋다. 스시라는 음식이 날 생선 음식이라 불향이 입혀진 화식은 고급 스시야에서 잘 하지 않는다 들었는데, 전체적인 코스에 스며들며 굉장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4) 우니와 안키모, 전복술찜, 보리새우 등 진귀하지만 그래도 고급 스시야에서 전반적으로 사용하는 피스들인데, <복어의 정소 구이>는 난생 처음 경험하는 황송함이었다. 미식가에게 첫음식은 결국 <경험의 확장>을 의미하는데, 그런 점에서 기억에 남는 피스라 할 수 있다. 8. 음식에 대한 품평 외 굉장히 세심하게 이래 저래 별도의 요청을 하지 않아도 될만큼 신경써주신 홀 매니저님과 무대의 주연이 아니라 조연으로 자리하며 우리를 빛내준 이광우 쉐프도 굉장히 인상깊었다라는 글로 이 곳에서의 경험기를 마친다.
사토시
서울 강남구 언주로170길 27 2층
Luscious.K @marious
이광우 쉐프님이 정중동, 중용, 요새말로 낄끼빠빠도 능통하셔서 어떤 연령대의 손님이 가셔도 접객이 만족스럽더라구요 ㅎㅎ 역시 음식은 누구랑 먹느냐가 중요하네요.
단율 @kk1kmk
샤리가 취향에 맞으니, 피스 하나하나의 기억은 옅어지지만 전체 식사의 만족도가 잔뜩 올라가는 진귀한 경험을 했습니다 ㅋㅋㅋㅋ
최은창 @eunchangmd
스시는 역시 대관이죠! 맘 편하게.
권오찬 @moya95
@marious 좀 구수하다라 그래야 하다. 도시 깍쟁이처럼 샤프하고 스마트한 외모는 아닌데, 그래서 더 좋았어요. 전 좋은 사람과 먹으면 콜라 먹고도 취합니다. ㅋㅋㅋ. 이야기와 분위기와 정에 흠뻑!
권오찬 @moya95
@kk1kmk 단율이도 그랬구만. 뭔가 숙성이 덜 된 피스가 하나 있었는데, 그 말고는 샤리가 워낙 출중하니 다 맛있더라고. 역시 한국인은 밥심이야. ㅋㅋㅋㅋ 두번 봤으니까 내가 형이다. 이제 말 논다.
권오찬 @moya95
@eunchangmd 우리끼리 공간을 점유하고, 그 공간을 다시 이야기로 채운다는게 참 좋더라구요. 다음에 또 꼭 뵙겠습니다.
단율 @kk1kmk
@moya95 네 ㅋㅋ 😁
주아팍 @cats1212
2번에 대해 격공합니다. 사실 별도로 공부를 해야하나 고민이 들 때도 있었지만.. 이젠 좀더 마음을 홀가분하게 잡고 느끼는대로 스시 리뷰도 적고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면 어떤 장소든 음식이든 배로 좋아지더라구요😌
권오찬 @moya95
@cats1212 스시는 처음부터 혼자 쌓아가려면 돈이.. ㅋ 고수 따라다니는게 최고에요. 서비스도 잘 받고~ ㅎㅎㅎㅎ
Luscious.K @marious
@moya95 @cats1212 제가 차 몇대는 스시로 먹었을 듯요 ㅋㅋ
권오찬 @moya95
@marious @cats1212 예나파님 스시 일타강사!!!! ㅋㅋㅋㅋ 전 거저 그 경험과 관록을 얻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