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체부동수제비와보리밥 #감자수제비 * 한줄평 : 가난이 음식이 되다, 수제비 이야기.. 1. 밀가루 한 줌이 한 끼의 전부이던 시절이 있었다. 전쟁이 할퀴고 간 이 땅에서, 수제비는 레시피가 아니라 생존의 방식이었다. 밀가루를 물에 개어 손으로 뜯어 끓는 물에 던져 넣는 것, 그것이 요리라 불리기도 민망한 그 행위가 수백만 명의 허기를 달래던 시대가 불과 칠십 년 전이다. 지금 우리는 그것을 추억이라 부르고, 또 어떤 이들은 그것을 찾아 골목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2. 한국전쟁이 끝나고, 미국의 원조 밀가루가 이 땅에 쏟아져 들어왔다. 밀은 갑자기 쌀보다 구하기 쉬운 곡식이 되었고, 사람들은 그 낯선 가루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끓이고 지지고 반죽했다. 수제비와 칼국수가 서민의 밥상을 점령한 것은 어떤 식문화적 선택이 아니라, 그저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손으로 뜯어 넣으면 그만인 수제비는 도구도 기술도 필요 없었다. 가장 가난한 방식의 요리였고, 그렇기에 가장 널리 퍼진 음식이 되었다. 3. 그러니까 우리가 수제비 한 그릇을 앞에 두고 앉을 때, 그 그릇 안에는 단순히 밀가루 반죽과 국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배급과 결핍의 기억, 어머니가 밀가루 포대를 끌어안고 반죽을 치대던 부엌의 풍경, 한 입이라도 더 먹이려던 손길의 흔적이 함께 담겨 있다. 4. 체부동 골목을 걷다 보면, 이 동네가 얼마나 오랜 시간의 지층 위에 서 있는지를 감각하게 된다. 한옥과 낡은 양옥이 뒤섞이고, 좁은 골목 사이로 새로 들어선 카페들이 끼어 있지만, 그 모든 것이 기묘하게 공존한다. 수제비 한 그릇이 이 골목의 시간과 잘 어울리는 것은, 아마도 그것들이 가진 ‘오래됨’이 서로 공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5. 우리는 흔히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닌다고 말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진짜 찾아다니는 것은 어떤 시간, 어떤 감각, 어떤 기억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어머니가 끓이던 수제비의 기억, 비 오는 날 좁은 부엌에서 피어오르던 밀가루 냄새, 그 모든 것이 한 그릇의 국물 속에 녹아 있다고 믿는 마음. 그 믿음이 사람을 체부동 골목 안으로 걸어 들어가게 만드는 힘이다. 6. 가난이 음식이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음식이 다시 그리움이 되는 데는, 또 다른 세월이 흐른다.
체부동 수제비와 보리밥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5길 16 1층
하늘호수속으로 @skylake123
건물도 너무 예쁘고 수제비도 깔끔 담백해 보여서 완전 제 스타일이여요🫠 휴~언제 가보나!
권오찬 @moya95
@skylake123 제 글도 하늘호수님 스타일이라 말해줘요! 까꿍~ ㅋㅋㅋ
하늘호수속으로 @skylake123
@moya95 ㅋㅋㅋㅋㅋ 오찬님 글은 정보가 너무 많이 도움되서 정독해가며 읽고있어서 늘 감사해용🙏
비교적온순 @dulana
'우리가 찾아다니는 것이 어떤 시간/감각/기억일지도 모른다'는 글귀에 이마를 탁 치고 갑니다!!!
비교적온순 @dulana
근데, 이 집 맛은 어떤가요? 매 번 갈까말까 고민만 하던 집인지라...
권오찬 @moya95
@skylake123 저도 망플에 그만 글 쓰려할때 하늘호수님이 잡아주셔서 계속 취미생활을 이어가고 있답니다.
권오찬 @moya95
@dulana 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상 플랫폼 시대라 제 아날로그스러운 글을 과연 누가 읽고 있긴 한건가 싶었는데.. 맛은.. 음.. 조미료를 조금만 덜 썼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은 있는데.. 하늘하늘한 수제비라 맛있게 먹기는 했습니다.
맛집개척자 @hjhrock
수제비의 맛보다 글의 맛이 더 풍부합니다.^^
권오찬 @moya95
@hjhrock 항상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