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래마을 #반포동 #타쿠미곤 "지금까지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스시의 세계" 1. 숙성의 세계란 참으로 오묘하다. 순간적인 기술로 맛을 낼 수 있는 것이 아닌 <시간의 요리>라고 생각을 한다. 첨가물에 의한 맛이 아닌 재료 자체의 맛이 변하면서 주는 자연스럽지만 깊은 맛이 숙성의 묘미가 아닐까? 2. 숙성과 발효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데 공통점은 <산소 빼기>이고 차이점인 <미생물의 유무>다. 산소는 사람 같은 고등동물에서는 효율적 에너지대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극대화된 효율과 에네지 생산 방식으로 인해 산화적 스트레스를 야기한다. 이런 산화적 스트레스가 노화와 만병의 근원이 될 수 있으니 얻는게 있으면 반드시 잃는게 있다는 불변의 진리가 우리 육체에도 고스란히 적용이 된다. 3. 산소를 빼고 미생물 번식을 억제한 생선은 숙성이 되고 미생물이 들어간 해물이나 생선은 젓갈이 되는 것도 같은 원리인데 숙성된 근육은 내부의 단백질 분해효소로 인해 근섬유가 분해되고 아미노산 성분이 많아지면서 식감도 맛도 확연히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원리로 인해 스시집에서는 생선을 대부분 숙성을 해서 스시를 만드는데 그 정도에 따라 스시의 맛은 천차만별 달라진다. 거기에 경험과 기술이 더해지면 <천상의 맛>이 되기도 하는데 서래마을의 <타쿠미곤>은 어디에도 없는 숙성스시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4. 타쿠미곤의 권오준 쉐프님은 스시에 목숨건 사람 같다. 20대 젊은 나이에 공무원을 그만두고 일본에서 스시를 공부하셨는데, 100년이 넘은 명점 "스시하츠" 및 "스시사이토우"에서 수학하셨고 한국에서는 임페리얼펠리스 호텔 일식당은 "만요"와 서래마을 "스시만"의 총괄쉐프의 경력을 쌓으시다 현재는 타쿠미곤의 오너쉐프시다. 예전에 임패리얼팰리스의 <만요> 팬이였다. 특히 주말 일식뷔페는 그 퀄리티와 맛이 대단했는데 그걸 만들어낸 분이 권오준 쉐프님이라고 하니 이번 방문은 더 반갑기도 하고 즐겁기도 했다. 5. 타쿠미는 명인이라는 뜻이고 곤은 권오준 쉐프님 성의 일본식 발음이다. <권명인>이라는 뜻이다. 확실이 이집 스시를 먹어보면 식당 이름이 허언이 아님을 직관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모든 생선은 숙성이라는 과정을 거치는데, 생선에 따라 그 기간을 달리한다. 시로미일 수록 짧게, 지방이 많을 수록 길게 간다. 단백질과 지방의 양에 따라 숙성시간을 달리하는데 맛의 변화를 주는 요소가 단백질과 지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방이 가득한 고등어는 시메를 한 후 최장 3년까지 숙성을 하고 이번에 맛본 시메사바는 1년 4개월 숙성이였다. 기간만 들으면 썩은 생선을 주는 것이냐고 반문을 할 수 있지만, 이것이 숙성의 묘미고 권쉐프님의 기술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 6. 생선별 숙성 기간은 다음과 같다 우럭 1주 마다이(참돔) 4일 쥬도로 7일 아지 6개월 부리(방어) 4일 시메사바 1년 4개월 오도로 3일 청어 아쉽게 못여쭤봄 ㅎㅎ 7. 생선 숙성에 의한 맛의 변화는 대부분 눅진하고 찰진 맛이다. 비린내는 제거되고 지방의 고소함이 극대화 된다. 식감은 부드러워지고 감칠맛이 상승해서 원래 알던 맛과는 많이 다른 맛이다. 이런 맛의 변화에 맞게 모든 스시에는 타쿠미곤만의 <변주>가 들어간다. 보통 스시집과는 달리 쉐프님 작업대에는 약 8가지 양념통들이 들어 있는데, 이 재료들을 스시에 적용해 스시를 만드니 참으로 맛이 변화무쌍하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두 군데 밖에 쓰지 않는다는 귀한 적초 (이름을 잊어버렸다 ㅜㅜ)는 샤리의 향을 올리지만 부드러운 산미를 주는 것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적 또는 흑초를 사용하는 강렬한 샤리와도 구분이 된다. 강대강의 구조가 아니라 <깊은과 부드러움>의 조화가 이집 스시맛을 대변할 수 있겠다. 8. 스시 하나 하나가 모두 독특하다. - 계란오보로를 입힌 우럭에는 건조간장이라는 가루 간장이 쓰였고 - 참돔에는 튀긴 파를 넣어 불향과 고소함을 강조했다 - 7일 숙성한 꽃모양 쥬도로는 일반적인 대뱃살 이상의 고소함을 주고 - 6개월 숙성의 아지는 청량하기까지 하다 - 스텔라마리스는 새우오보로를 입혀 단맛과 시원함을 강조했고 - 방어는 흰살생선으로 착각할 만큼 시원한 맛을 준다 - 1년 4개월 숙성 시메사바는 세상의 맛이 다 들어 있다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맛들이라는 것이 폭발하고 - 아부리츠케를 한 오도로는 고소함 덩어리를 먹는 것 같아 느끼할 것 같지만 그 경쾌한 식감과 맛은 아직도 기억이 날 정도다. 9. 그래도 그 중 가장 인상적이였던 스시 한점은 <스지꼬>라고 불리우는 근막에 붙은 연어알이다. 스지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연어알(이쿠라)와는 다른데 민물에서 잡은 연어에서 채취하는 이쿠라는 난막이 두껍기 때문에 질기고 강한 염장으로 짠맛이 강하다. 스지꼬는 바다에서 잡은 연어에서 채취하는 알인데 난막이 얇아 식감이 훨씬 우수하고 염장 대신 연한 맛내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연어알 본연의 맛을 낼 수 있다. 게다가 네타의 향을 해치는 김을 여기서는 절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근막과 함께 스지꼬 스시를 만들어 낸다고 하신다. 상질의 스지꼬를 위해 매해 속초에서 어부 직계약으로 200kg의 스지꼬를 공수 받으신다고 하신다. 10. 그렇다고 여기에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스시에 집중을 하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매력이 있는 곳이지만 쯔마미에 비중을 크게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스시에 비해 쯔마미들은 맛과 퀄리티가 떨어지는데 특히 스이모노가 한 가지 밖에 없는 것도 아쉽고 구이, 튀김 등 다양한 요리를 맛보고 싶은 손님의 입장에서는 그런 음식의 부재가 아쉬울 수 밖에 없다. 특히 소고기 구이는 굽는 솜씨가 많이 서툴고 채소는(특히 브러셀스프라우트)는 물러질 정도의 실패한 식감이였다. 또한 시판품 사용이 좀 보이는데 츠케모노로 주신 벳타라즈케, 야마구라게 모두 시판품이다. 3년된 황금매실절임도 역시 시판병조림. 나쁘다는 의미 보다는 비슷한 가격의 하이엔즈 스시야에서는 직접 만들어 쓰는 곳이 많기에 비교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12. 참 많은 것을 배우고 새로운 맛의 기쁨을 맛본 곳이다. 권오준 쉐프님의 친절한 설명도 즐거웠고 모자랐던 나의 식재료 지식이 채워지는 것만으로도 배가 불렀던 곳이기도 하다. 새로운 스시집이 열리고 닫히는 것을 반복하는 요즘 같은 변화의 시대에 100년 명점으로 지속되기를 바래본다. PS: 주의 - 이집은 스시 고수들은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집이지만 스시 초심자들이라면 권하고 싶지 않다. 물컹거리는 식감과 방대한 크기의 스시는 초심자들에게는 버거울 수도 있다. PS2: 이집 칼 이야기를 안할 수 없다. 일반적인 사시미칼인 <야나기바>를 사용하시는 것이 아니라 일본도 스타일의 <와키자시 (협차, 脇差)>를 사용하신다. 칼질은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칼이 가는대로 자연스럽게 해야한다는 쉐프님의 철학으로 인해 무게감이 있는 일본도 스타일로 일부러 제작해 쓰신단다 (마치 미스터초밥왕 쇼타의 무상칼놀림 처럼 ㅎㅎ). 게다가 손잡이도 쓰다보면 닳기 때문에 마모에 강한 대리석 손잡이를 쓰신다고.... 칼이 생명인 스시쉐프에게 이 정도의 철학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실제로 이 칼을 이용한 쉐프님의 칼놀림은 물 흐르듯 유려하고 자연스럽다! PS3: 우리나라 스시집 중 유일하게 <레드와인> 콜키지가 가능하다. 숙성생선은 풍미가 진해 레드와인이 어울리니 오히려 환영이라고 말씀하지는 권쉐프님의 철학에 실로 박수를 치고싶다. #러셔스의베스트일식 #러셔스의베스트스시
타쿠미곤
서울 서초구 사평대로18길 10 부림빌딩 2층
맛집개척자 @hjhrock
칼이 아주 크고 멋지네요...1년 4개월를 숙성한 시메사바는 너무 궁금하네요. 세상의 맛이 다 들어 있다니...
Luscious.K @marious
@hjhrock 뭐라 표현하기 어려워서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