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 #원향재 "서울에 있었으면 최고의 간짜장이 됐었을 수도 있었을껄..." 1. 전국에 짜장면 고수는 즐비하다. 중소 도시의 노포들은 예전의 클래식한 조리방식을 고수하는 사부님들 덕에 옛스러운 정통 중식을 맛볼 수 있으나 대도시에서는 그 맛도 조리법도 트렌드에 맞게 변화를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서울의 <계란>이다. 서울에서는 계란후라이가 점차 줄더니 삶은 계란, 메추리알 등으로 변모하다 이제는 그마져 올려주는 집은 없다. 2. 하지만 대도시에서도 그 명맥을 유지하는 대표적인 곳이 부산, 인천, 제주다. 그런데 제주를 제외하고는 부산, 인천은 그렇게 방문할 기회가 나지 않는다. 남들은 못가서 안달인 제주는 그렇게나 많이 가면서 말이다. 그런데 마침 부산에 갈 기회가 생겼다. 부산에 가면 꼭 먹어볼 간짜장은 <백객도>다. 간짜장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모두 호평을 받았고 본인도 많이 궁금한 곳이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상, 거리상, 가게 영업의 불확실성 등 여러가지 요인으로 백객도를 포기하고 부산역 부근에서 방문한 곳이 이곳 <원향재>다. 3. 원향재는 부산 차이나타운 거리에서 잔뼈가 굵은 화상중식당이다. 약 7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현재 사장님은 2000년에 이곳을 인수하셨으니 지금 사장님과는 20년 정도의 역사를 함께했다. 원향재가 유명한 이유 중에 하나가 비공식이지만 <오향장육>의 원조라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진위 여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알려진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이날 점심 첫 손님으로 방문했을 때 테이블 위에서 족발들을 식히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아직도 오향장육, 오향족발이 이집 시크니쳐라 할 수 있다. 그 이외에 잡탕밥과 유살슬밥의 중간 형태인 <원향밥>이 유명하고 간짜장과 백짬뽕도 이집의 시그니쳐다. 이렇게 유명한 곳 간짜장을 살짝 꺼린 이유는 간짜장을 바로 볶아 주지 않고 손님이 많을 때에는 미리 잔뜩 볶아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퍼준다는 리뷰들이 좀 보여서 그렇다. 하지만 오전 11시도 안되서 첫 손님으로 갔으니 미리 볶아놓은 간짜장이 있을리 만무하다는 확신을 가지고 방문을 했다. 4. 주방에서 간짜장 볶아지는 소리가 나서 안심을 하고 약 7-8분 정도 기다리니 근사한 향의 국수와 바로 볶은 장이 서빙이 됐다. 순백의 면에 얌전한 계란후라이, 그리고 신선한 녹색의 오이채가 가지런히 올려져 있다. 잘 익은 밀가루 냄새와 신선한 오이향이 느껴진다. 살짝 물기가 있지만 본인이 딱 좋아하는 크기로 썰린 채소들로 볶아진 간짜장에서는 춘장향도 느껴진다. <환상적이다> 5. 잘 비벼 한 입 먹으면 간이 딱 잡힌 균형잡힌 간짜장 맛이 느껴진다. 느끼하지도 않고 짜지도 달지도 않다. 클래식한 화상 짜장의 느낌이 난다. 채소 씹는 맛이 참 좋은데, 양파와 양배추 거기에 파와 주키니호박 그리고 풋고추 몇 개가 보인다. 다진 고기도 함께... 어떻게 보면 얼마전 먹은 야래향 유니간짜장의 클래식 버전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여러가지 다른 채소와 다진 고기가 주는 식감이 참 좋고 가끔 씹히는 고추, 주키니도 강하지는 않지만 양파와 양배추만 들어간 간짜장에 비해 씹는 풍성함과 맛의 다양함을 준다. 잘 설계된 구성이다. 게다가 신선하게 씹히는 오이향도 좋은데, 바로 채썰어 올려주셨다는 얘기다. 아침 첫 손님의 특권이겠지 ㅎㅎ 6. 면은 첨가제 없이 부드럽다. 대신 굉장히 매끄러워 조금 어색한 느낌도 나는데 딱딱한 것 보다는 훨씬 낫다. 이 느낌은 <기연각> 면빨을 좀 오래 삶으면 나는 느낌과 비슷할 것 같기도한 실키한 매끈함이 재밌다. 7. 참 맛있고 부산색이 잘 드러난 간짜장이다. 다만 웍에 볶는 온도가 조금 낮아서 채수가 좀 생긴 느낌이고 (전혀 먹는데는 방해가 안된다) 여러 리뷰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계란후라이가 deep fry가 아니라 얌전한 pan fry 라서 박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맛있지만 전체적으로 얌전한 느낌이랄까? 8. 어쩌면 본인은 이집에서 먹을 수 있는 가장 맛있는 간짜장을 먹은 것일 수도 있다. 모든게 새로 썰었고 새로 삶았고 새로 볶았으니 그 이상 신선한 간짜장이 어디 있겠나? 참 맛있게 먹었고 다른 리뷰들의 간짜장 보다도 맛이 없을 수 없었겠다. 서울이면 박수치며 먹었을 간짜장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여긴 부산이지 않은가? 단지 그 이유만으로 서울에서는 상급의 간짜장이 부산에서는 중상으로 격하가 되는 심리적인 이유가 있는 듯 하다. 하지만 나의 첫 부산 짜장면은 <꽤 성공적이였다> ㅎㅎ PS: 고붕만석 - 귀한 벗들이 자리를 가득 채운다. 주인장의 마음이 담겨있는 글귀다. 언제나 이런 마음으로 운영을 하셨으면 좋겠다. #동네식당응원프로젝트 #러셔스의베스트간짜장
원향재
부산 동구 대영로243번길 62
맛집개척자 @hjhrock
부산역 앞 차이나타운에서 저는 일품향 오향장육을 좋아하는데 이 집이 원조라는 얘기를 들으니 상당히 구미가 당깁니다. 한번 방문해봐야할거 같은데 일품향 때문에 많이 고민할 듯 하네요..ㅎㅎ
Luscious.K @marious
@hjhrock 비공식이지만 저희 같은 먹돌이 들에게는 호기심 천국이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