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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동 #대삼식당 "냉삼은 반찬맛으로 먹는거였다" #삼겹살의서클어라운드 내가 어렸을 때 삼겹살은 거의 <냉삼>이였다. 90년대 초반에 잠시 <대패삼겹살>이 훅 치고 들어올 때도 있었다. 90년대 초중반 이후로는 <통삼겹살>, <와인삼겹살>이 대세가 됐는데, 투툼한 생통삼겹은 뭔가 고급스럽기도 하고, 겉만 굽고 도마에서 썰어 또 굽는 방식은 왠지 탈한식의 느낌도 나서 데이트 코스로도 좋았다. 동시에 와인숙성 통삼겹도 등장했고, 이와 더불어 삼겹살집에서 와인을 판매하기 시작해 삽겹살의 고급화도 이 때의 삼겹살 트랜드 중에 하나다. 통삼겹의 대세는 꽤 오래 갔는데, 2000년대 들어와 제주도 음식이 유행하면서 <근고기>라는 개념이 육지사람들에게도 알려지고, 또하나의 삼겹살 트랜드로 자리잡았다. 그러다 레트로가 유행이 되기 시작한 2010년대와 동반해 삼겹살의 레트로도 대세가 되었고 다시 30년전 먹었던 <냉동삼겹살>이 가장 최근 삼겹살의 대세가 되었다. 보통 패션 유행은 30년만에 돌아오는데, 삼겹살의 유행도 신기하게 30년만에 돌아오는 것도 같은 맥락일 수도 있겠다. ㅎㅎ 지금은 여러가지 삼겹살이 서로 공존하며 취향대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게 되서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미각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좋은 시대인 것 같다. #대삼식당 개점한지 몇년 되지 않은 곳은데, 개점 초부터 인기가 있고 동네 식당이라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기도 하다. 냉삼의 유행에도 기회가 되지 않아 몇 년 째 가고싶다에 머물러 있던 곳인데, 드디어 가족끼리 오붓하게 저녁식사로 방문해 봤다. 가게는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았고, 일요일 오후 5시 30분 정도에 도착했는데, 식당의 반은 손님이 계셨다. 가게는 6시에 만석이 되었고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7시 경에는 꽤 많은 대기자가 식당 밖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주인장은 웃음기 없이 무뚝뚝하게 기계적인 멘트를 날리고 정떨어지는 눈빛으로 손님을 응시하며 응대를 하는 반면, 서버들은 꽤 친절하게 손님을 대하는 서빙의 양극화가 존재하는 곳이다. 참고로 주차는 가게 앞 2대, 가게 옆 4대가 전부고 (빌딩에서 공유하는 주차장), 인근 우리은행 주차장에 유료주차가 가능하다. #고기 고기는 생각보다 얇았고 굽고나면 육즙이라는 것은 느낄 수 없는 퍽퍽한 고기다. 다시말해 이집 냉삼은 고기의 질로 먹는 냉삼 스타일이 아니다. 마른 고기를 바싹 구워서 그 질감과 지방을 어씨스트 해주는 수준의 고기다. #반찬 대신 이집은 반찬이 꽤 맛있다. 파무침: 즉석으로 무쳐주는 파무침은 많이 쎄지도 약하지도 않은데, MSG의 첨가가 꽤 강렬하다. 그래서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 없는 감칠맛이 대단하다. 무생채: 이집 무생채 너무 맛있다. 특히 시원한 맛이 나는 무생채의 맛은 우리가 알고있는 평범한 무생채의 맛과는 사뭇 다르다. 신기하게 무생채에는 MSG의 맛은 안난다. (무작정 조미료를 쓰는 집은 아니였다) 신김치: 적당히 숙성된 신김치의 산미가 꽤 강렬하다. 그냥 먹기에는 힘이 겨운 산도지만 굽거나 삼겹살 기름과 먹기에는 참 좋다. 쌈채소: 냉삼은 쌈으로 먹어야 그 진가가 발휘된다. 그래서 쌈이 중요한데, 상추, 깻잎 모두 신선하다. 고추짱아찌: 눈에 잘 안띄게 조금 주시지만 꽤 괜찮은 짠지다. 쌈에서 주는 액센트가 나쁘지 않다. 콤비네이션: 냉삼이 주는 고소 담백함, 파무침의 조미료 감칠맛, 무생채나 김치가 주는 산미, 짱아찌의 액센트 이 모두가 합쳐져야 냉삼의 진전한 맛이 완성이 된다. 꽤 괜찮은 콤비네이션이다. #섞어찌개 스팸 들어간 김치찌갠데, 이집 묵은지를 사용해 맛이 꽤 시큼하고 묵직하다. 그런데 시큼한 반찬들과 고기를 먹는 와중에 비슷한 맛의 찌개는 손이 가지 않는다. 꽤 많은 양을 남겼고, 인상적이지도 않다. 자체 맛으로는 어쩔지 모르지만, 고기와 반찬들의 조화로는 굉장히 아쉬운 메뉴다. 차라리 맛의 방향이 전혀 다른 청국장이 나을 수도 있겠다. (재방문할지는 모르지만, 다음 방문에는 청국장으로) #볶음밥 평이하다. MSG 잔뜩 넣어 감칠맛을 확 살린 것도 아니고, 아예 담백하게 맛있는 맛도 아니다. 눈마주치기 싫은 주인장이 볶아 줬는데, 볶음밥에 대한 이야기는 없이 볶다가 갔다. 다른 테이블을 보니, 먹다 남은 삼겹살도 잘라 넣어주고, 파무침도 더 넣어주는 여러가지 옵션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분은 그져 볶아대다 갔다. 그 덕에 이집 오리지낼리티가 가장 강한 볶음밥을 먹었을 지도 모르겠네. #종합 맛이 있는 집은 아니다. 레트로 감성으로 먹는 메뉴일뿐이다. 서비스도 레트론지, 요즘 친절한 서비스는 아니고 80년대 무뚝뚝함에 2000년대 드라이함이 섞여있다. 최근 20년 내에 처음 먹어본 식당-냉삼이지만 그리 큰 감흥은 없었는데, <냉삼>이라서 그런건지, <대삼>이라서 그런건지는 알 수가 없다. 언젠가 이곳 말고 잘한다는 식당에 가서 다시 한 번 경험해봐야 비교군이 생기겠다.

대삼식당

서울 강남구 학동로41길 23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