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찬 @moya95

추천해요

1년

#돌곶이역 #태성사골탕 #우설구이 * 한줄평 : Since 1986, 어느 육식성애자의 고백 • 식당은 1986년부터, 이 자리에서만 1992년부터! • 맛있는 우설구이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킥 • 메뉴판에는 없는 메뉴, 된장찌개와 잔치국수 1. 두괄식으로 우선 “이 집은 서울에서 탑티어급의 소고기 식당”이라는 고백으로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2. 내가 신뢰하는 미식가들의 극찬이 이어진 집이라고 하나 서울 강북 끝단에 자리한 허름한 식당의 음식이 날 얼마나 만족시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마음 한켠에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더군다나 불타는 금요일의 퇴근 시간대 지하철을 타고 가니.. 3. 그러했던 다소 오만한 마음은 뭉근한 숯불로 구워낸 우설구이 한 점에 순식간에 증발해버렸다. 식용 가축에 대한 품종의 개발, 숙성 기술의 발달, 먹고 살만해진 소비 수준과 화려해진 컨디먼츠 등은 고기에 대한 바벨탑을 점점 높게 쌓아가고 있는데.. 이 집은 타석에 선 타자보고 마치 쳐볼테면 쳐보라는 식의 묵직한 직구를 미트에 꽂아대는 느낌이다. 4. 옛날 방식으로 달지 않게 무쳐낸 무생채, 시원한 동치미와 편마늘, 고기를 찍어먹을 깨소금으로 이루어진 단촐한 밥상은 오히려 고기에 대한 자부심이 없었더라면 마이너스 요인이었을텐데 고기가 훌륭하니 이 또한 주연배우인 고기를 돋보이게 하려는 안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주인장 할머님께 이렇게 좋은 고기를 어디서 받으시냐 여쭤보니 마장동 우시장에 나가 당일 제일 좋은 고기를 직접 가져오신다고.. 5. 과거 돼지고기가 삼겹살과 목살 위주로 소비되었듯이 소고기 역시 구이류에 특화된 안심과 등심 위주로 소비되었는데, 이 집에서 경험한 우설과 안창살, 살치살 등은 수요층이 두터워지면서 시중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특수 부위이다. 6. 우설은 소 한마리에서 얻을 수 있는 중량이 3kg 수준으로 혀의 앞부분은 단백하고, 뒷부위는 고소한 맛이 특징인데 우설 단면의 크기를 보아하니 다행스럽게도 부위를 섞어주셨다. 자리를 함께 한 미식가께서 레몬즙을 갖고 오셨는데, 레몬즙에 파채를 묻히고 후추를 더하니 느끼할 수 있는 입 안의 소고기의 육즙과 기름이 싹 가시는 느낌이다. 7. 소 한마리에서 겨우 1kg 남짓 나와 황제살로도 불리는 진한 육향의 안창살, 씹었나 싶은데 이미 목구멍 뒤로 넘어가버린 살치살도 발군이었지만, 정작 이 집의 요물은 고기를 주문해야 먹을 수 있는 <된장찌개>이다. 새끼손가락만한 최고급 멸치 육수에 짜투리 고기를 넣고 끓여냈는데, 멸치 육수의 비린 감칠맛과 아끼지 않고 엄청나게 넣어준 고기의 식감이 어우러져 굉장한 맛의 향연을 이끌어낸다. 8. 메뉴판에는 기재되지 않은 잔치국수 역시 마무리하는 음식으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아마도 상호로 미루어보건대 사골탕으로 시작한 집이고, 탕에 넣는 소면이라는 재료가 있던 와중 술 마신 단골들이 깔끔한 마무리를 위해 따로 요청했던 것이 이렇게 정식으로 주문할 수 있게 된 계기지 않나 추측해본다. www.instagram.com/moya95

태성사골탕

서울 성북구 화랑로33길 38 1층

48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