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찬 @moya95

4개월

#대전 #홍운장 #간짜장 * 한줄평 : 짜장면에 대한 나의 편견, 우리의 편견 • 우리가 중식에 관해 품고 있는 단편적인 생각들 • 면의 존재감이 확실한 홍운장 간짜장 • 주방 경력 40여년 이상 노사부가 내주는 옛날 탕수육 1. 대중들이 부담없이 가장 많이 찾는 음식이나, 가장 평가 절하된 음식이 바로 짜징면이다. 2. 우리네 한식은 김치와 된장, 간장 등으로 대표되는 시간을 켜켜히 쌓아올린 발효 음식으로 조화로운 맛의 균형을 이뤄낸 식문화이다. 고기와 나물 반찬의 구성이 그러하고, 뜨거운 국물 요리와 차가운 무침 요리의 궁합이 그러하다. 그리하여 격식을 갖춘 반상을 받아보면 쟁첩(반찬을 담은 접시)의 수에 따라 3첩, 5첩, 9첩 등으로 그 수가 늘어난다. 3. 이에 반해 우리가 중식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은 ‘공장제 춘장’으로 순식간에 만들어낸 패스트 푸드, 조미료가 없으면 맛이 나질 않는 음식, 단무지와 양파 등 반찬이랄 것도 없는 단촐한 구성 등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4. 아주 오래 전부터 하고 있는 나의 <중식기행>은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사주신 탕수육과 짜장면과의 조우에서 느꼈던 황홀함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자 내 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중식에 관한 편견을 풀어내가는 과정이다. 5. 대전 서구 도마동은 여전히 아파트보다는 빌라와 단독주택이 많은 한갓진 동네이다. 이 동네에 어쩌면 ‘대전에서 가장 훌륭한 중식당‘일지도 모르는 노포가 있다 하여 먼 길을 달려 방문했는데 짜장에 대한 편견 한 꺼풀이 또 벗겨졌다. 6. 당연하게도 짜장면은 <짜장소스와 밀가루 면>의 조합이다. 짜장의 주된 재료인 춘장은 대동소이하게 중찬명가 사자표를 사용하니 차제하더라도 재료의 크기외 볶음의 정도, 조미료의 사용량과 소스의 점성에 따라 다른 맛을 내긴 하니 우리가 짜장면이라는 음식을 품평할 때 평가항목은 <짜장소스>에 국한했던 것 역시 사실이다. 7. 그런 점에서 이 집의 <간짜장>과 함께 나온 <면>은 <존재감>이 너무나도 확실하다. 노사부께서 직접 밀가루 반죽을 치대 뽑아낸 면인데, 일반 중식당의 그것보다는 다소 얇은 느낌으로 탱글함과 부들함의 밸런스를 완벽하게 잡았다. 8. 간짜장은 조미료의 단맛을 배제하고 춘장 자체가 갖고 있는 구수함에 불향이 은은하게 배어 있는데 놀랐던 점은 짜장소스와 면의 이중창이 너무나도 완벽하다는 것이다. 서로의 존재감을 해치지 않되, 각자의 존재감은 또 은은하게 드러내는.. 소스와 면의 밸런스가 너무 좋아 천생연분 부부를 보는 듯한 느낌의 간짜장이다. 9. 탕수육도 발군이다. 개인적으로 바삭한 식감을 좋아하는데 이 집은 바삭보다는 부드러운 식감에 더 가깝다. 그러나 나의 개인적은 선호를 뒤집을만큼 매력적인 요소가 바로 80년대 초중반까지 대세를 이뤘던 투명한 소스이다. 이런 탕수육은 주방 경력 40여년 이상 노포 화상 가게에서나 경험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귀하다. 10. 업장을 나서며 나태주 시인의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시 한 구절이 떠올랐다. 내겐 짜장면이 바로 그런 존재이다. www.instagram.com/moya95

홍운장

대전 서구 사마6길 35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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