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찬 @moya95

추천해요

10개월

#성수동 #스시오오모토 #런치오마카세 * 한줄평 : 팔불출 아빠의 스시 문화 전수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기특한 아들놈이 오늘 중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출근길 아내가 임신 테스트기 두줄 나왔다는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했던 그 순간부터, 무려 3일이나 진통을 겪고 나서야 제왕절개로 힘들게 출산했던 일, 전국 팔도 방방곡곡 아이와 함께 음식 문화 여행을 하며 쌓인 추억이 새록새록한데 벌써 이렇게 늠름하게 자랐습니다. 삼십여년 전 제가 중학교 졸업식 날, 아버지께서 아주 아주 맛있는 정육식당에서 소 한마리를 배부르게 사주셨던 걸 기억하는 걸 보니 우리 아들도 수십년 후 그러겠다 싶어 스시 오마카세를 예약했습니다. 성수동의 뚝섬역 인근 자리잡은 이 집은 장점과 단점이 명확합니다. 상호인 오오모토는 <근본>을 의미하는데, 업장의 런치 가격은 5만원으로 엔트리급이지만 츠마미를 건너뛰는 대신 니기리 초밥의 수준은 그 이상입니다. 일전 다녀온 런치 3.9의 히나타가 <부담없는 스시 입문>이라는 컨셉이라 샤리의 존재감이 호불호가 덜 하도록 두루뭉실했다면 이 집의 샤리는 적초로 숙성시켜 좀 더 농익은 맛을 주고 밥알의 식감이 뚜렷하여 씹는 맛이 있습니다. 실파와 시소, 유자 등 네타의 변주를 이끌어내 뚜렷한 샤리와 밸런스를 맞추려한 노력도 재미있었고, 차완무시 전 제공된 고구마무스가 올라간 두부의 식감이 입 안을 꽉 채워준 것도 특별한 시작이었습니다. 엔트리급 스시야의 런치 코스지만, 안키모를 가득 올린 김초밥과 오도로와 주도로 피스, 단새우와 전갱이, 삼치 등 흘러가듯 자연스러운 구성이 아주 좋았습니다. 사실 엔트리급 런치 스시에서 재료에 관한 아쉬움을 표현하는 것이 멋쩍긴 하지만, 안키모의 상태와 다른 피스들의 완성도가 비교적 좋다보니 안키모 피스의 김을 좀 더 상등급으로 사용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스시야 경험이 몇 번 있는 아이지만, 오늘은 왠지 정식으로 스시에 대해 알려주고 싶어 식전 나오는 따스한 물수건인 시보리와 손으로 스시 피스를 먹고 닦아내는 데부끼 등 스시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한발 한발 정직하게 나아가는 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스시 오오모토

서울 성동구 상원1길 39-1 4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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