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동 #신락원 "35년만에 조우한 나의 추억의 인생 짜장면집" 1. 중학교 시절에 짜장면이 500원 정도 했었다. 주로 부모님이 배달로 시켜 주셔서 먹었었는데, 중학교 때 처음으로 부모님 아닌 분과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을 먹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전농동 혜성여고 골목에 있는 하얀 타일이 유난히 눈에 띄는 중국집이였는데, 식당 이름은 한문이라 기억이 나질 않는다. 환경미화 활동 후에 선생님이 사주셨던 짜장면 한 그릇이 그렇게 맛이 있을 수 없었다. 아마도 <인생 짜장면>이 아니였을까? 2. 서울에 탕수육, 짜장면 맛있는 유명한 중국집들이 있는데, 그 중에 전농동 <신락원>의 위치가 눈에 밟힌다. 그 옛날 중학생 때 선생님이 사주셨던 그 짜장면집의 로케이션이다. 외관도 예전과는 다르고 4대문파인 호화대반점에서 수학한 쉐프님의 업장이라는 팩트 때문에 신락원이 나의 추억의 그 짜장면집이라는 것에 확신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방문에서 신락원이 나의 그 인생짜장면집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35년만의 조우.... 맛이 없을 리가 없다. 3. 신락원의 역사는 50년이 넘었다. 1965년 개업을 했으니 벌써 56년의 역사다. 1대 사장이신 왕세안 사부를 시작으로 2대 왕수신 사부, 그리고 현재는 3대 왕기명 쉐프가 이끌고 있다. 왕기명 쉐프는 프라자호텔, 조선호텔, 세종호텔 등 화려한 경력을 뒤로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금의환향 쉐프이면서 작은 노포를 지금의 명성을 가진 신락원의 꿈을 이뤄낸 중식의 달인으로도 평가를 받는다. 4. 신락원의 역사가 어떻든 간에 가게 입구에 들어서면서 사장님께 이집이 그 옛날 하얀 타일집이 맞는지 여쭤봤더니, 벽에 걸린 사진을 보여주시면서 그 집이 맞다고 하신다. (사진19) 정말로 기쁘고 짜릿한 순간이였는데, 이런 기분 이해 못하시는 분들도 많을 듯 하다 ㅎㅎㅎ (그깟 짜장면집 하나 찾았다고 짜릿?) 5. 탕수육과 짜장면, 삼선짬뽕을 부탁드리면서 가게를 둘러봤는데, 붉은 장식들과 주방에서 들려오는 중국어 대화가 이집이 화상집이라는 사실을 알게해준다. 주방에서 제트앤진 소리와 웍 돌리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 신기하게 그 소리가 소음이 아니라 음악처럼 감미롭다. 6. 탕수육은 볶먹 스타일인데, 찹쌀이 들어간 반죽이 바삭하면서 공기층이 포실하다. 고기도 적당한 크기고 퍽퍽하지 않아 버겁지 않다. 소스는 단맛과 신맛이 중급 정도라 자극적이지 않고 자연스업다. 아주 맛있는 탕수육이다. 7. 추억의 그 짜장면이 나왔는데, 기본 짜장이 유니짜장이다. 가담에서 느꼈던 연한 뭔가의 향이 느껴지는데 (생강 비슷한..) 뭔지는 모르겠다. 춘장이 꽤 들어 춘장맛이 고소한데 짠기는 그리 없다. 단맛도 적절해서 어찌 보면 싱겁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춘장의 깊은 맛이 이를 커버한다. 약간 노르스름한 면빨은 의외로 소프트해서 미끄럽게 넘어간다. 아주 맛있는 짜장면이다. 과함 없이 적당히 맛있다. 8. 짬뽕이 의외로 굉장히 맛있다. 바로 볶아 국물낸 후레쉬한 국물의 짬뽕이라 경쾌하다. 다른 곳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복어살"을 사용하는 것도 진짜 화상스타일이다. 이집 짬뽕은 첫 술에 진가를 느낄 수 없다. 이 느낌은 얼마전 가담에서 먹은 우동과 같은 느낌인데, 바로 볶아 만든 국물은 처음 보다 시간이 지나면 재료의 맛이 국물에 녹아나와 깊이가 깊어지면서 더 맛있어진다. 이집 짬뽕도 중간 부터 후레쉬한 국물에서 깊이가 느껴지는 국물로 바뀐다. 기가 막히다. 9. 참 기분 좋은 식사를 했다. 나의 기억 한 모퉁이에서 잠자고 있던 먼지 덮힌 한 조각의 추억에 빛이 비치는 느낌의 식사다. 이런 기분인데 뭔들 맛이 없을까? <행복이 따로 없네.... ㅎㅎ> PS: 2021년 현재 신락원의 짜장면 1 그릇 가격이 5,000원이다. 10배의 가격차이에서 세월의 무게가 느껴진다. PS2: 나는 2대 왕수신 사부가 해주신 짜장면을 먹고 자랐나보다 ㅋ #러셔스의베스트유니짜장 #러셔스의베스트짬뽕 #러셔스의베스트탕수육
신락원
서울 동대문구 전농로20길 2
맛집개척자 @hjhrock
추억의 음식을 먹으면 그 시절의 저로 되돌리는 마법이 생기지요...간만에 젊어지셨겠네요..^^
Luscious.K @marious
@hjhrock 아내랑 같이 가서 함께 젊어졌습니다 ㅎㅎ
권오찬 @moya95
세상 온갖 먹거리가 다양해진 시대, 여전히 탕수육과 짜장면이 스테디셀러인건 우리네 유년 시절 추억때문일거에요. 저도 음식으로 엄청 신날 때가 있는데, 우연찮게 추억 속 맛집과 조우하는 상황도 그 안에 있아요.
Luscious.K @marious
전 이집 다시 만났을 때 타임머신 탄 것 같았어요. 예전 내부 모습과 난로 위치까지 현실과 오버랩이 되더라구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