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제기동 #할머니냉면 "맛있는 Trauma = 중독성” #매운맛 매운맛을 그리 선호하는 입맛은 아닌데 나이가 들어가니 매운맛과 시원한 맛이 자꾸 땡기게 되는 <입맛의 노화>, 쫌 좋게 말하면 <입맛의 성숙>이 진행중인가 보다. 예전에 입에도 못댔던 유정낙지도 이제는 밥에 쓱쓱 비벼 먹고 이제는 매운 시장냉면이 땡기는 수준이 됐다. 매운맛은 통감인데 매운맛에 따른 통감을 느끼는 리셉터의 종류도 달라 매운맛을 느끼는 종류도 다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청양고추가 죽도록 맵지만 또 어떤 사람은 그리 맵지가 않다. 어떤 사람은 겨자가 미친듯이 맵지만 어떤 이에게는 그져 시원한 양념일 뿐이다. 나도 매운맛에 많이 익숙해 지긴 했는데 아직 우리나라 청양고추의 매운맛은 조금 버겁다. 뒤로 짜~~안 하고 묵직하게 밀려드는, 그러면서 경쾌한 매운맛은 참 고통스럽지만 은근한 쾌감이다. #할머니냉면 제기동시장 골목에 참 유명한 식당 중에 하나다. 제기동시장 골목과 근처에 노포 맛집들이 좀 있는데, 모두 30년 이상은 된 곳들이다. 물론 이곳 할머니냉면도 무려 45년의 업력을 자랑하는 노포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 근처의 교회에 다녔었기 때문에 익숙한 동네이지만 어린 시절 나에게는 그런 식당에 대한 관심이 있을리도 없기 때문에 요즘 다녀보는 제기동의 식당들은 오히려 나에게는 집앞 정원에서 보물찾기를 하는 느낌의 즐거움이다. 일요일 아침에 아점으로 먹을만한 곳을 찾았는데, 오전 10시 경에 문을 여는 식당은 <할머니냉면>과 <정궁 중화요리>였다. 하지만 불규칙적인 휴일을 갖는 정궁은 예상대로 문을 열지 않았고 하는 수 없이 아침 10시에 매운 할머니냉면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정궁 김치볶음밥이 정말 먹고 싶었지만...) #분위기 시장식당 분위기다. 그런데 의외로 깔끔하다. 아마도 빠른 회전을 위해 부지런히 정리하는가보다. 인상적인 문구가 눈에 딱 띄는데... <코는 "조용히" 풀어주세요> ㅋㅋ 얼마나 많은 분들이 매움에 코를 풀어대면 이런 사인까지 붙이셨을까? 하는 호기심에 냉면에 대한 기대감도 상승한다. 메뉴는 냉면 딱 한가지. 냉면 5000원, 곱배기 6000원, 사리 2000원. 지금 생각하면 미쳤지... 하는 생각도 드는데, 아침 허기로 호기 좋게 <곱배기>를 주문했다. #육수 주문을 하면 반 얼린 차가운 육수통을 주신다. 셀프인 온육수와 함께 맛을 보며 비교하면 참 재밌다. 온도차에 의한 맛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온육수는 감칠맛 좋은 육수라 매운음식 먹기 전에 속을 뜨끈하게 풀어준다. 냉육수는 냉면에 넣고 반냉으로 먹는 용도이기도 하지만 매운맛을 달래줄 <쿨피스> 대용의 음료 수준으로 의외로 슴슴하다. 두 육수 모두 쓰임이 다르니 꼭 컵은 두 개 준비하고 냉면을 기다리자! #냉면 비주얼 참 예쁘다. 커다란 냉면 또아리에 수북하게 쌓여있는 무절임과 오이채, 그리고 빨간 양념장과 곱배기라고 두배로 주신 통계란까지... 흑백적의 예쁜 사진을 보는 것 같은 비주얼이다. 맵다맵다 해서 무서웠는데, 양념장의 양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아 그대로 비벼보았다. 조금 뻑뻑한 느낌인데, 좀 비비다 한입 크게 베어물어보니 그리 맵지 않고 견딜만하다. 그런데 그 느낌은 딱 세젓가락까지.... 내가 견디기 힘들어하는 청양고추의 매운맛이다. 엄청난 고통이 밀려오기 시작하는 순간 육수를 찾게 된다. 냉육수 온육수를 번갈아 마셔야 조금 진정된다. 남아있는 고통을 죽이려면 더 큰 고통을 이용해야하니 어쩔 수 없이 냉면을 크게 베어물고 먹어야 한다. 참을 수 없는 역치에 올라오면 이제 냉육수를 섞어야 한다. 그나마 맛이 조금 중화되지만 이미 고통을 체험한 혀는 작은 자극에도 큰 고통을 느낀다. 그런 와중에 아삭아삭 씹히는 무절임과 오이는 신선하다. 고맙게도 통째로 주신 삶은 계란이 혀를 달래는데 꽤 도움이 된다. 첫 비주얼에서 느꼈던 예쁨과 고명, 양념의 양적인 언발란스는 먹어보고나지 아주 잘 설계된 하나의 작품같은 느낌이 들었다. 딱 적당한 양의 채소들이 수북하게 올려져 있었고 그에 딱 맞는 양의 매운 양념이 냉면에 주어진 것이였다. #종합 맵다. 어찌 보면 평범하다. 그런데 그 맛이 각인이 되어 오래 남는다. 지금 리뷰를 쓰는 지금도 머리속에 냉면의 모습과 맛이 상상이 되고 먹고싶어진다. 혀의 트라우마가 맛있는 기억으로 각인이 되어버렸다. 그 기억을 우리는 <중독성> 이라고 부른다. #러셔스의베스트국수 #러셔스의베스트냉면
할머니냉면
서울 동대문구 왕산로37길 53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