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에서 열기
권오찬
4.5
4개월

#남영동 #덕순루 #깐풍기 * 한줄평 : Since 1959, 깐풍기와 삼족두꺼비 이야기 • 덕순루의 역사와 상호에 담긴 의미 • 중국음식 vs 한국음식의 맛 개념의 차이 • 노포 화상 식당에서 만날 수 있는 삼족두꺼비 이야기 1. 식당 외관 표기상으로는 ‘Since 1959’라고 표기되어 있건만, 1959년은 2대 당건화 사장이 공식적으로 영업 허가를 득한 시기이고 실제 덕순루의 역사는 당건화 사장의 어머니 시절부터 내려왔다고 전해진다. ‘덕순루’라는 상호는 1대 창업주께서 ‘덕을 쌓으라‘는 의미를 담아 작명하여 어느덧 65년의 세월을 보낸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함께한 서울 중식 노포 중의 노포이다. 2. 2대 당건화 사장이 60여년 운영하다 건강 문제로 2018년 폐점하였고, 2020년 둘째 아들이 공간을 리모델링하고 메뉴를 간소화시켜 그 전통을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다. 3. 보통 중국집 대표 메뉴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탕수육과 짜장면인데, 이 집은 역사도 장구하거니와 특이하게도 <깐풍기와 볶음밥>이 시그니처 메뉴라 하여 호기심에 방문하였다. 4. 깐풍기는 닭고기에 반죽을 묻혀 튀겨낸 뒤 고추기름과 마늘, 생강을 기본으로 한 매콤한 소스에 마르게 볶아낸 음식으로 그 연원은 산둥반도에서 넘어온 화교로부터 시작했으되 시간이 흐르며 ‘한국식’ 중식 요리로 자리잡았다. 5. 한국 사람들의 기호에 맞춰 토착화되어 중국 현지에는 존재하지 않는 음식이로되 노포 화상의 깐풍기는 그 옛날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으니 바로 사용된 재료와 맛이 다른 중국집 깐풍기와 차별화되어 있다. 6. 한국 음식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 매운맛 등 개별적인 맛의 특징을 중시하여 물리적인 뒤섞임을 즐기는데 반해, 중국음식은 화학적으로 묶여진 보다 다층적인 맛을 낸다. 예를 들어 한국음식은 단짠(달고 짜고), 새콤달콤 등 각각 독립적인 맛을 인지하고 표현하지만, 중국음식은 ‘쏸라’하고 ‘마라’한 맛을 즐기는 편이다. 7. 이 집의 깐풍기가 그러하다. 막 볶아내 몹시 뜨거운 온도감이 강한 화력으로 조리하는 중식의 특성을 그대로 드러낸데다 새콤달콤매콤이란 표현으로는 부족한 보다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맛의 어우러짐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8. 다만 기대했던 볶음밥은 사람이 몰리는 점심 시간대라 그랬는지 고슬함이 부족했다. 옛날에는 계란 볶음밥을 ‘금가루를 뿌린 밥‘이라 하여 쇄금반이라 불렀는데 이 집의 볶음밥은 분명 황금볶음밥이라 불릴만 하나 기름의 과한 사용이 아쉬웠다. #추가잡설 이 집 카운터에는 흥미로운 물건이 놓여 있으니 바로 입에 엽전을 물고 있는 <삼족두꺼비>이다. 삼족두꺼비는 재물을 좋아하여 엽전을 삼키는데 배설을 못해 배에 가득 담아두었다가 어느 순간 다 토해내어 집주인에게 재물을 안겨준다는 신수이다. 그리하여 도교 문화권의 영향을 받은 화상 식당에서 간간히 볼 수 있으며 영업 시간에는 삼족두꺼비 방향이 출입문을 향하게 하고, 퇴근시에는 혹시라도 토해낼지도 모를 재물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게 업장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야 한다.

덕순루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80길 11 1층

당신의텍스트

이 집 더보기(?)

권오찬

@yourtext ㅋㅋㅋㅋㅋ 완성했어요.

빵에 진심인 편

여기 깐풍기. 인생 중식이에여

권오찬

@awsw1128 글이 길어지면 가독성이 떨어져서 드랍시킨 내용인데 중국인들은 음식으로 보양을 한다라는 개념이 있어 재료의 사용이 한식보다 훨씬 다채롭습니다. 이 집 깐풍기 양념을 보면 다층적인 맛을 내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소스에 굉장히 다양한 야채가 사용된 것을 보고 역시 노포의 음식은 이렇구나 하고 새삼 깨달았습니다.

Luscious.K

전 이집을 불을 잘 쓰는 집이라 정의했습니다!

권오찬

@marious 이 집 온도감 정말 너무 좋았습니다. 먹으면서 중식은 이래야지 싶더라구요.

Luscious.K

@moya95 맞아요. 가장 인상적이였던게 온도감이였어요 ㅎ

Colin B

추가잡설이 더 재밌으면 어떡하죠?

권오찬

@colinbeak 화상 노포에 가면 재물운을 상징하는 비밀 코드가 몇 있는데, 인천 용화반점에 가면 도교의 오로재신, 광장동 장순루 벽면에 관운장 그림, 송쉐프 신사 본점과 덕순루 카운터의 신수 삼족두꺼비 등이 있어. 특히 관운장은 무장인데, 민간신앙으로 자리잡으면서 일반 백성이 기원하는 모든 복을 관장하는 신으로 변모하는 과정은 재미있어. 추가잡설보다 댓들이 더 재미있지?! 이쁜 콜리니까 들려주는거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