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에서 열기
권오찬
5.0
2개월

#안성시 #영흥루 #간짜장 * 한줄평 : Since 1910, 진정한 백년가게 • 대한민국의 100년 이상 노포 • 관찰을 통해 중식당의 역사를 유추해볼 수 있는 팁 • 뜨겁게 웤질한 옛날 간짜장과 고기가 들어간 볶음밥 1. 우리네 관념상 ‘백년’은 1년이 백번 모인 시간의 축적 개념이라기보다는 <아주 오랜 기간>을 의미한다. 백년가약과 백년해로라는 단어의 백년에는 ‘부부의 평생’이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 2. 이 땅에 외식산업의 태동이 워낙 늦게 시작하기도 했지만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급격한 경제 성장 등 사회가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다보니 한국에서는 매장의 업력이 30년 이상이면 노포로 분류한다. 3. 이웃나라 일본이 1천년 이상 역사를 가진 기업이 무려 7개에 이르고, 100년 이상 업력으로만 따져도 무려 33천개에 이르는 것에 반해 우리는 2천년대 들어 <노포>라는 단어가 다시 발굴되어 널리 사용될 뿐 실상 개인사업자나 소상공인에 대한 공식 조사나 통계는 전무한 편이다 4. 그리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노포 식당의 업력은 주인장의 진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5. 1910년 개업했다고 알려진 안성 <영흥루>는 생활의 달인에 덴푸라와 간짜장 달인으로 소개되며 미식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곳이다. 1910년이면 무려 대한제국 순종 4년, 경술국치로 나라가 세워진 시기로 한국사의 마지막 왕조였던 이씨 조선이 531년만에 멸망한 시기이다. 6. 내가 알기로 2024년 기준 100년 이상 노포 식당을 꼽으라면 언뜻 생각나는 곳이 한식으로는 종로 이문설농탕(1904년), 진주 천황식당(1915년), 하남 마방집(1918년) 등이 있고, 중식으로는 남원 경방루(1909년), 인천 중화루(1918년) 등이 있을 뿐이다. 7. 실제 안성 영흥루의 역사가 1910년 시작했는지는 검증하지 못 했으나, 선대가 남겼다는 <청풍만회 : 맑은 바람을 가득 품다>라는 편액의 형태가 거슬러 추론해보면 최소한 반백년이 훌쩍 넘은 것은 자명하다. 8. 중식 노포 매니아들은 관찰을 통해 식당의 업력을 대략 추론할 수 있는데, 이를테면 1980년대 중식당이 배달 속도 경쟁을 하며 사라진 덴푸라와 기스면, 우동 등이 메뉴판에 있으면 최소 30여년 이상의 업력을 추론한다거나 매장에 중국에서 행운과 복의 상징인 붉은 색 장식물이 많으면 화상이 운영하는 식당이라 짐작하는 것이 바로 그런 사례이다. 9. 영흥루는 붉은 색 장식물은 없으나 식도를 갖고 이 땅에 들어온 화교들이 각오나 좋은 의미를 담아 걸어놓은 편액이 있으니 이 또한 화상의 가게라 유추할 수 있다. 10. 생활의 달인이라는 권좌에 앉을 수 있게 한 이 집의 덴푸라는 이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음식이다. 메뉴 경쟁에서 우동이 짬뽕에게 잡아먹혔듯 덴푸라 역시 탕수육에게 그 자리를 내주어서 그런지 대부분 덴푸라는 소스를 붓지 않은 탕수육이라 생각하겠지만, 고기의 밑간, 반죽 방식, 튀김 등이 차이가 있다. 11. 혼자 방문한 것이기에 아쉽게도 정작 주문한 것은 간짜장과 볶음밥이다. 12. 작년 생활의 달인에 소개되기 전까지 어떤 방송에도 출연하지 않았던 곳인데, 주인장의 그러한 성격이 음식에 반영된건지 간짜장과 볶음밥 역시 옛날 방식으로 내준다. 조미료의 사용을 최대한 배제하고, 양파의 단맛으로 볶아낸 간짜장과 밀가루와 소금, 물 외에는 반죽에 넣지 않았다는 면, 파기름을 충분히 내고 돼지고기와 함께 볶아낸 볶음밥 등은 한술 입에 넣는 순간 유년 시절의 추억을 불러 일으킨다. www.instagram.com/moya95

영흥루

경기 안성시 중앙로412번길 26 1층

빵에 진심인 편

여기 간짜장 생각나네요 ㅋㅋ

권오찬

@awsw1128 여기 면이 은평 마마수제만두와 비슷한 색을 내더라구요. 역시나 밀가루와 물, 소금 외에는 넣지 않는다고.. 개인적으로 동일한 반죽을 하는 신성각은 면이 새하얗길래 그 차이가 뭔고 했더니 화학적 숙성이 정답이었어요. ㅋ

맛집개척자

나중에 여럿이 가서 덴뿌라를 먹어봐야겠네요..이런 집 너무 소중하죠..^^

권오찬

@hjhrock 낮 2:30 까지 영업합니다!! ㅋㅋㅋㅋ 운 맞아야 먹을 수 있는 집이에요.

맛집개척자

@moya95 헉!! 영업시간 엄청 짧네요..좋은 정보 감사해요...술은 못하겠네..ㅋㅋ

권오찬

@hjhrock 낮술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입니다. ㅋㅋㅋㅋ

석슐랭

첨가제 없이 정성으로만 만든 것 같군요. 노포, 업력 추론 등 흥미롭게 읽었네요ㅎㅎ

Luscious.K

제가 딱 좋어하는 스타일의 간짜장이에요 ㅎ

권오찬

@kims8292 사실 면강화제는 취향의 차이일 뿐 뭐가 더 좋다 아니다할 성질은 아니에요. ㅋ 중식은 정말 이야기가 무궁무진합니다. ㅋ

권오찬

@marious 저도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볶음밥에 나온 짜장도 아주 괜찮았어요. 이왕 간김에 덴푸라까지 주문할걸 그랬나하는 후회가 계속;;; ㅋㅋㅋㅋ

석슐랭

@moya95 저는 이상하게도(?) 노부부 사장님이 운영하는 가게가 괜히 더 맛있고, 그 식당에서의 경험이 더 값지면서도 깊게 각인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