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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찬
4.5
13일

#제주시 #우진해장국 #고사리육개장 * 한줄평 : 제주 고사리해장국에 숨겨진 음식 문화 이야기 1. 제주도는 화산 활동으로 생겨난 섬이고 대부분이 현무암 지질이라 땅이 척박하여 농사가 어려웠으니 먹을 것 역시 부족했다는 것이 일반 대중들이 갖고 있는 상식이다. 2. 쌀이 귀한 탓에 잡곡을 주곡으로 삼았을 뿐 따스한 기후 영향으로 우영밭(제주식 텃밭)에서 연중 신선한 채소의 조달이 용이했으며, 채취와 수렵 과정은 힘들었을테지만 살아있는 식량 창고라고 할 수 있는 제주의 바다는 식재료 조달에 있어 넘치진 않더라도 부족함은 없었을거란 것이 나의 생각이다. 3. 갓 잡은 생선과 해조류, 텃밭에서 갓 수확한 야채와 채소 등으로 만든 제주 밥상의 특징은 자극적인 양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신선한 식재료>라고 할 수 있다. 4. 여기에 또 다른 특징 하나를 덧붙이자면 거친 잡곡밥을 먹기 위해 <국> 문화가 발달하였는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몸국, 옥돔뭇국, 각재기국, 접짝뼈국 외에도 호박잎국, 콩국, 우미냉국, 멜국, 구살국, 갈치호박국, 복쟁이국 등 그 스펙트럼이 굉장히 방대하다. 5. 제주의 국 문화는 신선한 재료를 기반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짧은 시간동안 조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식에서 <국>은 오랜 시간을 두고 조리하는 <탕>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데 내가 알기로 제주의 <탕국>은 고사리 육개장이 거의 유일하다고 알고 있다. 6. 육지에서 <육개장>이라 하면 소고기와 각종 야채를. 넣고 매운 양념을 넣어 끓인 국을 일컫는데, 제주의 육개장은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사용하고, 얼큰하고 매운 양념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과연 육개장이라는 음식의 카테고리에 넣어도 되는지조차 의구심이 든다. 7. 제주식 고사리육개장은 잘근 잘근 씹히는 육지의 육개장과 달리 장시간 조리되는 과정에서 결대로 풀어헤쳐져 특유의 보드라운 식감이 특징인데, 이는 대는 굵되 중심이 비어있는 제주 <먹고사리>의 식재료 특징때문이다. 8. 고사리육개장의 화룡점정은 메밀가루이다. 마치 전분물을 푼듯한 특유의 텍스처는 제주식 고사리육개장의 시그니처라고 볼 수 있는데, 조리 막바지 과정에 첨가하는 메밀가루는 국물에 떠오른 돼지기름의 느끼함을 제거하고, 적은 양으로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조상의 지혜가 가득 들어있다고 할 수 있다.

우진 해장국

제주 제주시 서사로 11

빵에 진심인 편

저도 이번에 처음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더라구요 ㅋㅋ 유명한 이유가 있는 곳!

권오찬

@awsw1128 저도 향토음식에 관한 글을 쓰기 위해 고사리해장국집 중 가장 인지도 있는 이 곳에서 한참 기다려서 먹었어요. 맞습니다! 유명한덴 유명한 이유가;;

테이스티

오 재밌어요.잘 읽었습니다

권오찬

@nina 향토음식은 어떻게 그 지역만의 향토성을 품게 되었는가 추론해가는 그 맛이 일품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Luscious.K

얼마나 기다리셨어요?

Luscious.K

사실 2, 3은 모든 제주인이 본 자연의 특혜는 아닐거에요. 제주가 워낙 커서 중산간 사람들은 해물 보다는 꿩 같은 야생의 단백질이 더 쉽게 구할 수 있었을 것이고 거친 바다의 산물로 풍요롭게 먹을 수 있는 사람들 부유한 부류의 일부였을겁니다. 중산간 함덕이 고향인 어머니의 음식들과 제주시 쪽아 고향인 아버지네 음식이 묘하게 차이가 나기도 하구요. 한 마리씩 내는 제주 생선국도 요즘 식당 스타일이지 가마솥에 장작 때는 제주의 좌식 부엌에서는 언감생심이죠. 가정에선 가마에 생선 넣고 국물 베이스로 푹 고와 끓여내는 방식이 우세했을겁니다. 요즘 식당에서 파는 제주 향토음식은 요즘 식당 스타일로 개량된 모양이라 판단해 봅니다. 저도 어렸을 때부터 여러 친지분의 제주음식을 먹어도 요즘 식당 같은 멋지고 간결한 모습은 아니였던 것 같아요.

권오찬

@marious 혼여여서 가능했던 90분 대기.. ㅋ 넘치진 않았더라도 부족함은 없었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 내용은 기준을 어디에 두었는가에 따라 주관적이긴 해요. 조선시대 풍수상 배산임수가 명당인 이유가 결국 산과 강에서 식량 해결과 땔감 조달이 가능해서거든요. 육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오해 중 하나가 제주는 너무나도 척박해서 먹을 것이 거의 없었다에요. 쌀이 없었다라는 걸 먹을게 없었다로 잘못 이해한거지요. 정확한 표현은 쌀은 없었지만 다른 식량의 조달이 가능했고 이를 기반으로 음식문화가 발달했는데.

권오찬

@marious 제주 음식은 제가 알기로 기록이 거의 없어요. 다만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올 뿐. 다만 음식의 형태로 유추하건대 제주는 푹 고아내는 탕과 여러 식재료를 넣고 끓이는 찌개는 단기간 화르륵 조리하는 국 요리에 비해 거의 발달하지 않았어요. 생선 한마리 통으로 주는거야 현대 방식이라ㅜ해도 조리법은 탕이 아니라 국이에요.

맛집개척자

탕과 국을 이렇게 구분지으니 이해가 잘되네요. 우리나라는 기록이 엄청난데 음식에 관한 기록이 그리 많지 않아 좀 이쉽긴 해요.

권오찬

@hjhrock 조선시대 제주는 제일 끝단 유배지다 보니 반가의 사대부나 아녀자가 음식을 기록으로 남길만한 여유가 없어서 특히 기록이 없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