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나라 중국어 간판과 어딘가 이국적인 향신료로 가득 찬 거리를 걷다보면, 익숙한 한국의 냄새가 올라오는 곳이 있다. 화양리 중국인 거리 한복판에서 한국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홍어집인 이곳이다. 직접 말아주는 홍어삼합으로 유명한 곳인데, 메뉴가 메뉴인지라 동행인을 구하기가 힘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큼지막한 도마에서 홍어를 해체하고 계시는 여주인장님이 밝은 미소로 맞아주신다. 자리에 앉아 삼합을 시키면 가격 대비 꽤나 많은 양의 홍어 한접시가 등장한다. ##홍어삼합(70000) 홍어 매니아들은 홍어만 따로 소금 찍어 먹고 돼지고기는 배나 채운다고는 하지만, 이곳의 홍어삼합은 주인장님이 선택권 없이 직접 말아주시는 특징이 있다. 그러니 홍어의 맛을 따로 느끼고 싶다면 미리 접시에 조금 덜어 놓기를 추천한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면 주인장분이 의자 하나와 함께 합석하여 삼합을 직접 말아주신다. 미나리와 고추, 들기름에 찍은 홍어 하나, 초장에 찍은 홍어 하나, 그리고 돼지고기 한 점과 손으로 죽 찢은 김치 하나. 맛이 없을 리는 없다. 다만 마일드한 홍어인지라 잔뜩 들어있는 부재료와 초장의 향에 개성이 확 죽는데, 홍어 자체의 맛을 조금 더 즐기고 싶다면 주인장께 말씀드려보는것도 좋을 듯 하다. 디폴트는 홍어가 거진 떨어질 때 까지 싸주시기 때문인지라. #홍어 먹음직스런 핑크빛 비주얼인데, 삭힌 향이 강하지 않고 살과 뼈가 부드럽게 씹힌다. 삭은 맛보다는 홍어 본연의 달달한 맛이 잘 드러나는 느낌. 초보자들도 편하게 먹을 수 있을 정도이다. 상술했듯 한 접시를 꽉 채울 정도로 양이 꽤나 많은데, 국내산은 수지타산이 전혀 맞지 않을것 같아 여쭤보니 놀랍게도 칠레산이라고. 사실 서울 유수의 홍어집들보다는 살짝 밀리는 식감과 단맛이긴 했지만, 흔히 칠레 홍어에서 느껴지는 부담스럽게 억센 뼈나 별 맛이 없는 살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라 크게 놀랐다. 온 세상 바다는 하나인데 삭히는 실력이 더 중요하다는 주인분의 웃음에서 어딘지 모르게 느껴지는 경외심은 덤. #돼지고기 적당히 삶아 식감이 꽤나 아삭한 돼지고기. 다만 육즙이 꽉 차있다던지 부들부들한 느낌까지는 아니었다. 사실 이 가격에서 좋은 국산 삼겹살을 쓸 수는 없을테니 뭐. 개인적으로 푹 삶은 수육보다는 적당히 삶은 수육을 선호하는지라 좋았다. #김치 길다란 접시에 거의 반 포기 가량 될 듯한 엄청난 양의 김치를 가져다 주시는데, 꽤나 많은 양을 삼합 제조에 소모하시니 술안주하기 딱 좋을 정도로 적당량 남는다. 아주 곰삭지도, 그렇다고 덜 삭지도 않은 적절한 익힘의 김치인데, 맛도 어느 지역을 탁 집기 힘들 정도로 중간에 위치하는 무난한 맛. 젓갈맛이 튀는 라도도, 그렇다고 투박하게 짭쪼름한 쌍도도 아닌 맛. 특색이 있지는 않았지만 덕분인지 향이 세지 않고 달달한 홍어살과 잘 어울렸다. 시원하게 잘 익은 묵은지니 막걸리와의 궁합은 뭐. #홍어애탕 마일드한 홍어와는 다르게 입천장 까지는 애탕은 매니아들도 만족시킬 만 하다. 어디선가 오래 굴러먹은 듯한 양은 다라이에 짠맛보단 감칠맛으로 가득한 된장 양념에 큼지막한 애 잔뜩, 그리고 젤라틴이 많은 홍어 자투리부위들. 부재료나 된장보다는 푹 삭힌 홍어의 맛이 전면을 차지하기에 향이 강렬하다. 특이하게 애 자체는 삭히지 않았는데, 덕분의 생선 내장의 크리미한 지방맛을 잘 느낄 수 있다. 홍어 부위들은 푹 익어 쫀득한 젤라틴과 연골의 식감이 매력적이다. 애 양이 엄청 많으니 3~4명 정도가 시켰을때 한계효용이 꽉 찰듯하다. 원래 애탕에 밥 말아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둘이 가서인지 도저히 엄두가... 가격이 충분히 납득되는 맛과 양이었다. 초보자들도 먹기 좋고, 국내산이나 흑산도 홍어를 취급하는 집들보다 가격/양적인 부분에서 큰 메리트를 가지기에 홍어에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매니아들은 홍어 자체로는 아쉬울 수 있겠지만 애탕이 있으니 뭐. 삭힌 향 말고 달달한 살맛에 집중해 본다면 또 재미있지 않을까. 삭힘은 애탕이 잔뜩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다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눈앞에서 김치삼합으로 변하는 홍어들과, 아무래도 직접 싸주시는 것의 부담스러움은 호불호가 갈릴 요소이다. 사장님 성격과 입담은 부담스럽지 않고 재미있으니 생홍어를 먹고 싶다면 용기내어 말씀드려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여럿 유명인 단골들의 썰도 풀어주시는데 듣고 있으면 재미있다. P.S 막걸리는 지평 장수 둘뿐이다. 다음에는 느린마을을 업어가고 싶다. 재방문의사: 4.5/5 #안주나라 #건대맛집 #화양리맛집 #홍어맛집 #홍탁맛집 #삼합맛집 #애탕맛집 #홍어애 #생선내장 #남도음식 #삭힌홍어 #성동구맛집 #성수맛집 #건대중국인거리 #차이나타운 #먹스타
안주나라
서울 광진구 동일로18길 23 1층
맛집개척자 @hjhrock
삼합 싸주는 집이 있다고는 들었는데 여기였군요...맛이 없을수가 없겠네요..^^
Tabe_chosun @star2068
@hjhrock ㅎㅎ 근데 또 선택권이 없는게 홍어를 길게 즐기고 싶은 매나분들에게는 단점이 되기도 할 듯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