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동 #대학로 #왕십리순대 "장인정신이 녹아있는 음식 천국" 음식점 리뷰를 할 때도 기승전결의 흐름이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이집은 그런 구태의연한 형식 없이 물불 안가리고 사장님 얘기부터 하고싶은 집이다. #사장님 이집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점은 사장님의 음식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다. 우린 보통 이런 잡티 없는 열정을 <장인정신>이라고 부른다. 사장님은 그런 장인정신이 철철 넘쳐 흐르는 분이셨다. 선한 눈빛에서 본인이 만드신 음식에 대한 애정이 철철 넘치는 온화한 인상의 사장님인데 본인과 음식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열정이 폭발하셨나보다. 본인 음식에 대한 열정과 비법까지 술술술 풀어내신다. 그 어떤 비싼 오마카세집 쉐프가 풀어내는 스시 이야기보다 더욱 값진 사장님의 순대와 순대국에 대한 사랑과 비법은 재미를 넘어 실로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이집 음식은 당연히 맛있다. 여기에 더하여 <신뢰가 가는 음식>이라는 타이틀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분위기 임시공유일에 방문할 예정이라 방문 전 전활드렸다. 영업 하신다는 확인을 받고 시간 맞춰 약속 장소로 갔는데, 외관은 참으로 평범한 백반집 모습이다. 대신 깔끔한 간판에 <직접만든순대>라는 문구는 음식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준다. 내부에 이미 한 팀이 거나하게 회식 중이였는데, 일행을 기다리는 동안 서빙 보시는 이모님과 음식 얘기를 시작하니 사장님이 주방에서 요리를 하시다 한마디씩 거드신다 ㅋㅋ 물리적 공간이 주는 편안함은 한계가 있는데, 이런 친절과 대화의 정감은 이집을 한층 더 편안한 집으로 만드는 매력이 있다. #메뉴 메뉴들이 꽤 다양해 보이지만, 크게 순대국과 안주류로 나눌 수 있다. 안주류는 순대, 머리고기, 내장 등으로 만들 수 있는 볶음, 전골, 찜 종류이다. 이집을 유명하게 만든 <한판> 메뉴를 주문했는데, 사장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다. 이것 때문에 우리집이 <한판집>이 됐어요 ㅋㅋ #순대모둠 순대와 머리고기로 이루어진 안주인데, 이집 순대 실력을 보려면 당연히 순대모둠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순대는 당연히 손수 만드시는데, 다른 곳에서 보지 못한 매력 덩어리 순대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10여가지의 채소를 사용하는데 모든 채소는 특징에 따라 다른 크기로 잘라 준비하신다고 하신다. 줄줄히 채소 이름을 대셨는데, 기억이 안날 정도로 많은 종류의 채소가 들어간다. 취나물, 방풍나물 등등 나물류도 사용하시는 것이 특징. 소금과 설탕의 사용도 최소화 하시고 계신데, 소금 대신 몇 종류의 견과류를 갈아 사용하셔서 식감과 고소함을 비약적으로 올리신 비법도 공개해 주셨다. 지금까지 많은 순대집을 다녀봤지만 건과류를 사용한다고 말하신 집은 이집이 처음인 듯 하다. 순대의 식감은 식감이 느껴지게 썰으신 채소 덕에 아주 좋다. 입안에서 여러 재료들이 섞여 노는 것이 느껴진다. 담백한 감칠맛은 순대 초보도 쉽게 먹을 수 있게 한다. 지금까지 먹어본 그 어떤 순대보다 완벽한 명품순대를 맛봤다. 함께 내어주시는 머리고기들도 좋다. 살짝 식감있게 삶아내시는게 특징인데, 부드러운 순대와 쫄깃한 고기의 조합이 좋다. 매일 새로 삶은 고기와 내장은 정말 신선해서, 냄새라고는 일절 느낄 수 없고 찰진 식감에 고소한 돼지의 담백함이 환상적이다. 겨우 18,000원에 이런 수준의 호사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그져 신기할 정도다. #한판 이집의 시그니쳐 메뉴인데, 돼지막창을 깔고 그 위에 순대와 쭈꾸미볶음을 올리셨다. 절대로 조미료 따위가 낼 수 없는 맛의 폭풍을 주는 메뉴인데, 막창에서 나오는 돼지기름의 꾸릿함이 전체적으로 맛을 묵직하게 만든다. 설탕을 사용하지 않고 사장님 비법 효소로 맛을낸 쭈꾸미 양념은 돼지막창기름과 만나면서 기가막힌 볶음소스가 된다. 연하게 달면서 감칠맛 톡톡 올라오고 부드러운 순대는 담백함으로 무장을 했지만 막창과 쭈꾸미가 쫄깃함으로 무장해제를 시킨다. 이 조합을 직접 만드신 무쌈에 싸서 먹으면 청량함까지 더해져 내 입안은 작은 천국이 된다. 뭔가 호들갑 같지만 무뚝뚝한 내 친구들 조차 맛있다를 연호하게 만드는 환상적인 요리다. #순대국 한판세트를 주문하면 순대국 한 그릇이 딸려 나온다. 순대도, 한판도 맛있지만 순대국도 어마무시하다. 사골과 고기를 함께 사용한 국물이라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다. 돼지사골이 주는 시원 담백함에 고기국물의 눅진함이 더해져 국물에 바디감을 더했다. 간이 안된 상태로 나오는데, 새우젓만 넣고 간을 하면 완성도 쪄는 순대국물이 된다. 솔직히 이집 국물을 능가할만한 순대국집이 잘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맛이라 당황스러울 정도인데 국물맛을 다른 순대국 맛집과 비교해 설명을 드리니 수줍게 좋아하시는 사장님의 표정이 지금도 선하다. #비법 이집은 비법이 참 많은 곳이다. 설탕과 조미료는 사용하지 않으시거나 최소화 하려고 한다. 순대 만들 때 채소에 따라 크기를 다르게 커팅을 하는 것도 비법일테고, 견과류를 사용하는 것도 비법일테지만, 이집의 진정한 비법은 <효소>에 있다. 세 가지 효소를 보여주셨는데, 포도효소, 청양고추효소, 매실효소가 그 주인공이다. 세 가지 모두 맛을 보았는데 잘 절여져 적당히 발효된 부드러운 단맛이 일품이다. 특히 <청양고추효소>는 본인도 처음 본 효소의 종류인데, 부드러운 단맛과 함께 끝에 올라오는 매운맛이 너무나 좋다. 이런 효소를 이용해 양념을 만드신다고 하니 맛이 없을 수 있을까? 본인이 만드신 효소와 절임채소를 주시면서 좋아하시는 모습 역시 음식을 사랑하는 순순한 눈빛으로 별빛을 뿜어낸다 ㅋㅋ 마치 맛녀석에서 김준현이 진짜 맛있는 음식을 만났을 때의 그런 열정의 눈빛으로... PS: 홀릭이신 권오찬님은 정말 맛있는 식당을 만나면 첫 사진을 식당 전경으로 쓰시는 루틴을 가지고 있다. 본인은 정말 진지하게 리류하고 싶은 곳은 평상시 처럼 숫자로 단락을 구분하지 않고 <#제목-내용>의 형식으로 리뷰를 쓴다. 이 집은 그런 수준의 진지함을 발동케 한다 PS2: 9월 1일부터 순대국값이 조금 인상이 된다고 한다. 미안한 마음이지만 요즘 원재료가격이 워낙 올라 어쩔 수 없다고 하신다. 사실 직접 이런 고퀄의 순대를 만드시면서 순대국을 7,000원에 파셨다는 것 자체가 용한데, 이집 순대국은 10,000원이라고 해도 아깝지 않을 수준이다. PS3: 대학로에 꽤 유명한 순대 프렌차이즈가 있다. 점심 때 손님이 바글바글 하긴 한데, 재미난 일화는 그 집 인테리어 공사하시는 분들이 점심은 여기 오셔서 드셨다고 한다 ㅋㅋ 게다가 그집 주방장이 독립하면서 이집에 오셔서 순대국을 배워가셨다는 전설적인 일화도 말씀해 주셨다. 최근 잘 가던 동네 밥집이 임대료 부담 때문에 폐업을 하시고 이집에서 순대국을 배워 지방으로 내려가신다고 하신다. 같이 사는 사회에 본인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은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고 하시는 사장님의 아름다운 마음이 이집 음식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 같다. ** 추천: 모든메뉴 #러셔스의베스트국밥 #러셔스의베스트순대국 #동네식당응원프로젝트
왕십리 순대국
서울 종로구 율곡로 2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