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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동 #야키토리루왁 "토종닭의 강렬한 경험" 특정 음식의 유행은 전문가를 양산하고 그 전문가들이 새로운 업장을 열면서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간다. 프렌차이즈가 가세하면 전체적으로 하향평준화가 되면서 열기는 사그러들고 우후죽순 처럼 생겨나던 유사 업장들은 하나 둘씩 정리되고 최후의 강자만 남는다. 자연계에서 적용되는 법칙인 강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 강자라는 사실은 요식업계에도 적용이 되는데 현재 아키토리의 대유행은 natural selection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듯 하다. 군자동의 <야키토리 루왁>은 야키토리 묵 출신의 사장님께서 오픈한 1인 야키토리 베이스의 선술집으로 여친분께서 저녁에 가게의 일을 도와주고 계신다. 니혼슈를 사랑하는 두 연인이 꾸려가는 선술집인데 여기에 강렬한 요소가 바로 <토종닭>이라는 소재이다. 일본이 원조인 야키토리는 현지에서는 미슐랭급 하이엔드에서 길거리 싸구려 꼬치까지 참으로 다양하게 존재를 하는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코스 중심의 야키토리 식당들이 대세인 듯 하다. 이렇게 격렬한 natural selection 시기에 자신들만의 차별성을 두기위해 가게만의 비기들을 장착을 하는데, 여기는 토종닭과 미친 가격의 쌍권총을 장착을 했다. 우리나라 야키토리의 1세대를 투다리 같은 곳으로 봤을 때 현재까지도 발전하고 있는 쿠이신보가 야키토리의 2세대라 할 수 있다. 쿠이신보의 확장시기에 청담에 <야키토리 쿠이신보>를 개점하면서 미들하이급 코스 야키토리를 선보였고 예약을 할 경우 <토종닭 코스>도 가능했었다. 그런데 이 코스는 몇 달 버티지 못하고 소멸됐다. 우여곡절이 많은 마츠모토 계열의 <스미카> 역시 처음엔 토종닭으로 시작을 했는데, 손님들의 반응과 수지타산 등을 고려해 토종닭을 포기했다. 그러기에 토종닭으로 야키토리를 내는 곳은 더욱 귀해졌고 natural selection 당할 가능성이 많은 위험한 소재이기도 하다. 마치 무림 고수가 절대비기를 손에 넣고도 내공이 모자를 경우 주화입마에 걸려 내상을 입는 이치와 같다. 이번에 경험한 루왁은 절정의 토종닭 내공으로 손님에게 토종닭 아키토리를 선물한다. 토종닭은 육계에 비해 근육의 탄성이 높기 때문에 굽는 솜씨가 굉장히 중요한데, 너무 많이 구우면 퍽퍽해지고 덜 구우면 질겨면서 냄새가 나는 어려운 소재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루왁의 사장님은 토종닭의 식감과 수분감 그리고 육향까지 기가막히게 보존하는 손질과 구이로 나를 그로기로 만들어 버렸다. - 7코스: 24,000원 기본 코스 중 가장 양이 많은 7코스가 고작 24,000원이다. #안심 야키토리의 안심은 일반적으로 부드럽게 먹는다. 심지어 미디엄으로 구워내는 곳도 있다. 루왁의 안심은 미디엄 웰던 수준이고 수분감을 잘 보존하면서 토종닭 특유의 섬유질이 느껴진다. 육계에 익숙한 분들은 질기다 말할 수 있지만 섬유질 사이로 터져나오는 육즙은 첫 점 부터 나를 기대케 한다. #윗날개 얌전한 안심으로 시동을 거시더니 두 번째는 윗날개를 주셨다. 윗날개는 여러 야키토리 집에서 기본으로 깔고가는 부위인데, 야키토리집 스타일이 고스란히 반영이 되는 피스다. 적당히 익어 살짝 바삭한 껍질의 식감과 불향을 즐기는 와중에 근육의 탱글함과 수분감이 폭발한다. 토종닭의 진수가 느껴진다. #아랫날개 고맙게도 아랫날개를 다음 코스로 배치해 주셔서 감사하다. 뼈까지 잘 발라 한 입에 먹을 수도 있는데, 윗날개가 스트레이트 였다면 아랫날개는 강력한 바디블로처럼 묵직하게 다가온다. 쫄깃한 껍질과 치아를 밀어내는 살의 식감이 윗날개에 비해 한 수 위다. 미쳤다. #초당옥수수 코스 중간이라 입가심으로 채소구이가 나온다. 코스의 구성을 잘 이해하는 쉐프님이고 나로서는 고기의 느끼함을 잡는 딱 좋은 채소구이의 배치 포지션이다. 여름이라 초당옥수수를 주셨는데 슬슬 올라오는 단맛과 시치미 잔뜩 뿌려 먹는 맛의 조화는 맛없없의 대명사다. #수프 이때 쯤 술꾼들은 국물이 생각난다. 진득하게 우려낸 닭수프... 참 좋다. 라멘에서 조금 더 자세하게... #똥집 내장은 토종닭이나 육계나 큰 차이가 없다. 쫀득한 똥집은 치아를 튕겨낼 정도로 저항감이 있다. 술안주로 이보다 좋은 게 있을까? #염통 야키토리집 마다 염통 구이의 방식이 다른데, 이곳은 염통을 갈라 얌전하고 부드럽게 구워냈다. 지금까지 먹은 토종닭은 강렬한 식감을 선사했다면 염통은 반대로 부드러움을 선물한다. 적절한 쫄깃함과 부드러움을 겸비한 루왁의 염통에 사장님을 식감 조율사라 부르고 싶다. #치킨버거 모닝롤도 비장탄에 구워냈고 도톰한 허벅지살도 큼지막하게 구웠다. 살짝 단맛이 나는 소스와 함께 먹는 맛은 왠만한 버거집을 능가한다. 식사로 먹는다면 네 개 정도는 거뜬할 정도로 입맛을 사로잡는다. - 추가메뉴 추가 꼬치 6종과 치킨라멘 도전 #껍질 딱 좋아하는 타입의 껍질이다. 피하지방을 최대한 배제해 정형했고 굽는 과정에서 추가로 기름을 뺐다. 바삭한 껍질의 식감과 고소함이 좋은데 과하지 않은 닭기름의 맛 때문에 식감이 더욱 살아난다. 난 이런 얇은 껍질이 좋다. #횡경막 이날 최고의 식감 깡패 고기 식감과 질깃한 껍질의 식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조금만 먹으면 모를 횡경막의 식감과 맛은 쫀쫀한 안창살 같다고나 할까? 기가 막히다. #목살 야키토리집에서 세세리 빼면 안된다. 다른 곳은 보통 목살을 길쭉하게 정형해서 꼬치에 꼽는데, 이곳은 뭉쳐서 마치 고기덩어리 처럼 꽂았다. 원래 쫄깃한 목살인데 토종닭에서 이렇게 뭉쳐서 구우니 색다른 식감이 난다. 쫀득한 고기완자??? ㅎㅎ 이것도 별미다. #다릿살 다릿살을 타레로 구워내셨다. 닭 중에 가장 호불호 없는 부분이니 당연히 맛있다. 신기하게도 토종닭 다리는 다른 근육 보다 질기지 않다. 딱 적당한 찰기를 주면서 달콤한 타레와 조화롭다. #다리살파 보통 네기마라고 부르는 꼬치인데, 안심과 더불어 야키토리의 기본메뉴다. 같은 다릿살을 이번엔 담백하게 소금으로 구워냈고 잘 구운 대파와 다릿살의 조화는 이미 보장된 맛이다. #고기완자 청피망에 츠쿠네를 채워 구워낸 멋진 요리다. 이집의 피망고기완자를 보고 고독한 미식가 팬이라면 시즌1의 1화를 떠올릴 듯 하다. 츠쿠네 구워 생피망에 끼워 먹는 모습... 나도 이렇게 먹고 싶은 욕망이 실현시키고 싶었다. 아쉽게도 고로상과 꼭 같이 하고 싶었던 나의 욕망은 이루어 지지 않았는데 고기완자를 미리 피망에 채워 준비하기 때문에 츠쿠네만은 주문이 안된다고 ㅠㅠ 다음 번엔 미리 말씀드리고 꼭 해먹봐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피망이 아닐 뿐, 충분히 피망과 츠쿠네의 조합을 느낄 수 있었고 최고의 꼬치요리도 등극했다.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츠쿠네 보다 연골을 조금 더 넣은 듯, 연골의 식감이 기분 좋고 즐겁게 입안을 요동친다. 뭉 긋하게 올라오는 피망의 향기도 아주 좋다. #치킨라멘 토종닭을 직접 손질하니 당연히 부산물인 뼈와 발이 남는다. 이 두 재료를 오랫동안 끓여 뽑아낸 깊은 육수는 닭국물의 진수를 보여준다. 진득한 콜라겐의 식감과 닭발에서 나오는 닭기름의 감칠맛도 이 라멘의 묘미다. 수프만 좋은 것이라면 이리 감탄을 안할텐데 가슴살 챠슈 수준은 무엇? 한없이 부드러운 닭챠슈는 왠만한 토리소바 잘 하는 곳 뺨따구 후릴 정도로 맛있다. 나중에 라멘집 차리셔도 될 거라 칭찬 바가지를 해드림. - 주류 일반적인 사케 보다는 한정판 같은 독특한 사케, 라벨이 젊은 요즘 사케들을 준비해 두셨다. 정통적이진 않지만 개성있는 사케 아주 맛있게 먹었고 잔술로 파는 소츄들도 좋다. 고구마 소주와 군고구마 소주를 같이 시켜 비교해 먹었던 재미도 좋다. - 서비스 아재들이 술도, 음식도 잔뜩 먹으니 서비스를 좀 주셨는데... #마구이 본인이 마구이를 아주 좋아하는데, 우연의 일치인지 마구이를 내주셨다. 확실히 집에서 기름에 굽는 것 보다 비장탄에 아삭하게 구워 먹는 마는 훨씬 맛있다. 야성미도 느껴지지만 하얀 속살의 관능미도 느껴지는 매력적인 마구이. #시소술 마무리주를 서비스로 주셨는데, 적시소로 만든 리쿼 종류의 술이다. 쉐리나 뽀뜨와인 처럼 위스키 쪽으로 발효된 맛이 아니라 비슷한 계열이지만 좀 더 산뜻하고 독함이 없다. 산뜻하게 느껴지는 시소의 향도 연하게 느껴지면서 강하지 않은 단맛까지 마무리로 안성맞춤 이집의 서비스도 참 좋다. 겸손하고 밝은 기운 넘치시는 사장님과 여친님은 본인들의 일에 집중하면서 과하지 않게 손님을 접대한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게 분위기와 생동감 넘치는 가게의 기운은 이집의 이름과 일맥상통한다. 천편일률적인 것을 싫어하는 사장님 답게 가게 분위기도 특이하지만 식당의 이름도 독특하다. 남들 다 쓰는 일본식 이름은 사양하셨다. '루왁'이라는 이름은 사장님이 여행을 하셨을 때 다큐멘터리를 보고 영감을 얻은 단어인데... 루왁이라는 단어가 "맛있어져라~~" 정도의 주문 같은 뜻이라고... 본인의 가게에 오시는 손님들에게 진정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은 사장님의 마음이 담긴 멋진 이름이다. 너무나 멋진 집에서 좋은 음식과 좋은 사장님 내외(^^)를 만났다. 밝은 기운 넘치시는 분들이 더욱 힘찬 나래를 펴고 성공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PS: 이집에 대한 호불호는 개인의 취향이기에 리뷰들 참고하기 보다는 본인이 직접 가서 맛을 보고 느껴보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토종닭이라는 소재의 어려움을 알고 있다면 이집 음식을 함부로 폄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표현은 자유지만 상처를 주는 표현은 리뷰가 아니고 오만한 독설일 수 있다. PS2: 자리를 마치고 사장님께 두 가지 부탁을 드렸다. - 가격 더 올리셔도 되요 ㅎㅎㅎ - 강남으로 와주세요 ㅎㅎㅎ 물론 성사되지 않을 부탁이지만 루왁이 우리집 근처에 있다면 내가 얼마나 행복할까? PS3: 메이플시럽캔디 맛있다! #동네식당응원프로젝트 #러셔스의베스트숯불구이 #러셔스의베스트치킨 #러셔스의베스트야키토리 #러셔스의베스트일식

야키토리 루왁

서울 광진구 면목로 26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