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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찬

추천해요

8개월

#을지로3가 #청와옥 #편백정식 * 한줄평 : 순대국밥의 퀀텀점프, 청와옥 • 복잡하면서도 예민한 순대의 세계 • 순대국밥의 탄생과 그로 말미암은 한계성 • 그 한계를 퀀텀점프한 청와옥의 놀라운 기획력 1. 순대는 굉장히 복잡하면서도 예민한 음식이다. 순대는 돼지 창자의 불순물을 깨끗하게 세척하고, 그 안에 각종 소를 집어넣어 만드는 수고에 비해 제 값을 제대로 못 받는데다 재료 중 일부가 조금만 신선하지 않으면 금세 맛이 변하는지라 식당 주인장의 노고가 각별한 음식이다. 2. 그래도 순대는 서민들의 소울 푸드로 전국 방방곡곡 존재하는 대중적인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천안의 병천순대, 담양의 암뽕순대, 속초의 아바이순대, 제주의 수애 등 지역마다 순대에 담긴 이야기와 특색이 다르다는 것은 그만큼 일반 소비계층인 서민들의 식생활에 깊숙히 들어와있다는 방증이다. 3. 그러나 지역을 막론하고 전국 순대국밥집의 공통점은 바로 저렴한 가격에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전통시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4. 전통적으로 한반도에서 고기라 하면 그것은 돼지고기보다는 소고기를 뜻하였고, 실제 돼지고기의 소비가 눈에 띄게 증가한 시기도 산업화가 이루어졌던 1970년대 양돈 산업이 본격화되면서부터이다. 또한 우리네 식탁에서 돼지고기는 삼겹살과 목살 위주로 소비되었기 때문에 내장 등의 부속물은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었더랬다. 5. 순대국밥의 탄생이 이렇게 <전통시장에서 서민을 상대로 싸면서도 푸짐하게>다보니 원조할매순대국, 무봉리토종순대국, 신의주찹쌀순대 등 인기있는 프랜차이즈 순대국밥의 음식과 인테리어도 고급스러움보다는 <편안함>에 중점을 뒀더랬다. 6. 그런데 송파구 방이동에서 시작한 순대국집, 청와옥은 다르다. <나라를 대표할 순대국>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만들어 그런지 상호도 대통령의 집무실과 생활공간으로 사용되었던 <청와대>에서 차용한데다 인테리어 역시 왠만한 한우식당 못지 않다. 7. 메뉴의 구성 역시 일반적인 순대국밥집을 훌쩍 뛰어넘는다. 서민 음식인 순대국밥을 판매하는 식당이건만, 일본에서도 고급 요리에 속하는 <세이로무시 ; 편백나무찜기>에 순대와 수육, 숙주나물을 세트로 경험할 수 있는데다 사이드 메뉴로는 무려 <오징어숯불구이>와 <소고기 육회>까지 구비되어 있다. 거기에 표고버섯과 은행을 넣은 <솥밥>까지.. 8. 아무리 기획력이 좋다 하더라도 식당에 대한 평가는 결국 <음식의 맛>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데, 갓 도정한 쌀과 정수된 물, 엑기스와 프림을 사용하지 않고 엄선한 한돈으로 끓여낸 순대국밥이 맛이 없을래야 그럴 수가 없다. 9. 특별히 칭찬하고 싶은 음식은 <동해안 오징어숯불구이>이다. 대한민국 3대 순대 중 하나인 경북 예천의 용궁면 순대국밥 거리에서 바로 이렇게 불향 가득한 오징어양념구이를 내주는데, 양념의 감칠맛과 1만원 수준의 가성비 넘치는 가격 등이 원조를 뛰어넘었다. 10. 아마도 향후 대한민국의 순대국밥집은 이 집의 퀀텀점프를 계기로 고급음식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내는 일, 그 어려운 것을 청와옥이 해냈다. • 추가잡설 이 집에 대한 칭찬으로 혹시나 오해할까봐 적는데, 전 언제나 <내돈내산>입니다. 제 글에 담긴 가치는 그게 얼마가 되었든 음식값 이상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청와옥

서울 중구 을지로 110 1층 1호

최은창

바로 가고 싶습니다. 귀한 식당 소개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친구들이 좋아할 모습이 벌써 떠오르네요. 오찬님의 글은 값으로 따질 수 없이 귀해요.

맛집개척자

순대의 고급버전인듯 하네요..오징어숯불구이까지 갖추었다면 정말 끌리는 집입니다.^^

권오찬

@eunchangmd 이 집 대단히 재미있는게 테이블당 1병 콜키지 프리일겁니다. 콜키지 프리라는 정책 자체가 와인과 위스키를 염두에 두었을텐데, 음식이 와인과 해도 괜찮을만큼 좋습니다. 노포를 좋아하다보니 기획에 의해서 탄생한 식당보다 시간이 켜켜이 쌓인 업장을 좋아했는데, 제가 가진 생각이 편견이었음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새해 인사는 곧 만나서 드리겠습니다, 선생님..

권오찬

@hjhrock 아마 순대국과 오징어양념구이 조합이 예천의 용궁순대라는 걸 아는 이가 거의 없을텐데.. 진짜 많이 다녀봤던지, 향토음식과 노포에 관심이 지대하던지 알 수 있는데!! 제가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맛집개척자

@moya95 맛에 대한 식견은 정말 대단하세요..^^

권오찬

@hjhrock 아또.. 이걸 또 맛객님께 들으니 쑥쓰럽구만요. ㅋㅋㅋㅋ

최은창

@moya95 게다가 콜프까지. 금상첨화네요.

단율

와!!! 제가 정말 믿고가는집인데, 오징어숯불구이.. 완전대박인데, 표현할 길이 없어서 아쉬웠거든요 ㅋㅋㅋ 또가고싶네요 ㅋㅋ

권오찬

@kk1kmk 혹시 을지로3가 직영점 다니신거면 형제업장인 오덕장도 들러보셔요. 어제 호기심에 방문했는데, 감탄하며 나왔어요. ㅋ

석슐랭

가게 이름이 그 가치를 대변하는군요.

파랑앤홍

저도 외국친구들이 오면 꼭 한번 데려가는 곳이 청와옥인데 요즘은 테이블링덕에 그 어마어마한 웨이팅을 조절할수 있게 되어 좋긴 하지만 을지로 청와옥은 방이동 본점보다 더 힘들더라고요 ㅎㅎ

권오찬

@kims8292 상호에는 주인장의 염원이 들어가기 마련인지라.. 상호는 가게에 대해 많은 것을 유추할 수 있게 해줘요.

권오찬

@jablum 저도 테이블링 덕에 전혀 기다리지 않고 입장했어요. 청와옥 대기가 심하면 그 2층 오덕장도 괜찮은 대안입니다.

석슐랭

@moya95 오늘 파주헤이리마을에 쉼골전통된장을 다녀왔는데 문득 오찬님이 떠오르더군요. 가게명 말씀하시니, 또 생각나네요!

권오찬

@kims8292 된장찌개 드시면서 절 떠올리시다니.. ㅋㅋㅋ 1월에 빨리 국밥 한그릇 함께 하시죠!!

석슐랭

@moya95 그러게요. 12월에 어쩌다보니 제가 주선못했는데, 1월이 정신없이 바쁜시즌이라ㅜㅜ 빨리 정신차리고나면. 주선하겠습니다!

Luscious.K

기쁘게도 관세청 앞에 강남점 오픈 ㅎㅎ 맨날 망하는 위치의 가게인데 청화옥으로 오픈하셨으니 어떨까 궁금해요. 곧 가봐야겠어요.

권오찬

@marious 오징어양념구이를 꼭 시키셔야 합니다. 사세 확장이 대단한데, 그럴만 하더라구요.

Luscious.K

@moya95 넹!! 오징어 오징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