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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동 #대성반점 "너무나 완벽했던 50년 노포의 경험" #여기서울맞나? 뭔가 서울이 아닌 것 같은 골목에 색바랜 간판이 보인다. 희미하게 <대성반점>이라고 써있는데 외부와 내부 모두 서울의 모습이 아닌 시골 어딘가의 노포 중국집의 모습이다. 심지어 가게의 반은 좌식 테이블이니 말이다. 가게 한 구석에 제면용 밀가루 포대가 쌓여 있고 맞은 편 벽에는 오래된 동네 지도가 붙어있다. 예전엔 배달도 하셨나보다. 주방의 화구도 요즘 같은 화구가 아닌 시메트로 발라 만든 아궁이 같은 옛날식 부엌 도무지 2022년의 서울의 식당이라고 믿기지 않는 모습과 정겨움이다. #1968년 대성반점의 사부님이 중식을 배우기 위해 인천에서 수업을 시작한 년도다.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유명하다는 여러 중식당을 경험하면서 현재의 기술을 기본부터 배우셨다고 한다. 1974년에 첫 가게를 여셨고 지금 가게는 1976년에 이전하셔서 시작하셨다고한다. 총 경력이 54년, 중식당을 운영하신지는 48년, 현재 대성반점은 46년의 업력이 있는 샘이다. #행복한암생존자 노부부가 운영하는 중식노포의 특징 중에 하나가 음식에 대한 존경을 표시하면 그분들의 애환이나 노력, 기술 등등 삶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주신다. 이곳 노부부와 대화를 하는데 무뚝뚝해 보이던 사부님과 사모님의 얼굴에서 환한 미소가 자주 보이고 행복함이 느껴질 정도로 만족스러운 삶을 사신 듯 하다. 알고보니 사부님이 5년 전 후두암 판정을 받아 수술 후 재활 중이셨고 몇일 전 완치판정을 받으셨다고... 어쩐지 사부님 목소리가 쉰목소리인데, 후두 수술로 인한 결과이지만 새삶을 얻은 것에 비하면 목소리 달라진 것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으셔보였다. 화려하지 않지만 본인의 탄탄한 기술로 50년 가까이 외길을 걸어오신 두 분의 삶이 행복한 웃음에 투영되는 듯 했다. #간짜장 이집의 간짜장은 본인이 가장 좋아하고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클래식 노포 간짜장의 형태를 보인다. 자가제면의 얇은 면과 충분히 춘장을 넣고 과하지 않은 설탕과 조미료의 발란스를 맞춘 기가막히게 딱 떨어지는 간짜장이다. 채소는 노포중식당의 특징인 잘게 썬 채소인데 양파가 위주고 여기에 주키니호박, 그리고 돼지고기가 들어간다. 양파와 주키니가 단단한 듯 부드러운데 그 정도가 기가막히게 적당하다. 장의 맛은 짭쪼름함이 우세하고 단맛은 절제가 되었으며 MSG도 강하지 않아 춘장의 짠맛과 고소함과 산미가 전혀 방해가 안되면서 맛을 상승시킨다. 면 또한 명품인데, 우아하게 하얀 면은 삶고 씻고 물빼고 가지런히 정렬이라는 중식면 다루기의 기본기가 완벽하다. 살짝 물기가 있는 장과 비빔성도 좋고 흡착도 좋아 비벼놓으면 물기는 전혀 볼 수가 없다. 장의 물기는 채소에서 삼출된 물이 아니고 일부러 농도 조절을 위해 조금 면수나 육수를 추가하신 것으로 보인다. (채소의 모양이나 식감을 보면 예상이 가능한 부분....) 이집의 좋은 점 중에 하나가 온도감인데, 면은 씻어 다시 데워 따듯하고 정말 핫하게 뜨거운 장은 김을 펄펄 내며 자태를 뽑낸다 이 정도 온도감이니 비비고 사진찍고 먹어도 뜨끈한 느낌이 입안을 가득 채울 수 밖에.... 너무나 완벽했던 간짜장 한 그릇이다. #볶음밥 너무나 만족스러운 간짜장을 먹고나니 허약한 위장이 more food를 요청한다. 그래서 볶음밥을 부탁드리니 제트엔진 소리와 함께 불과 5분만에 멋진 비주얼의 볶음밥이 서빙이 됐다. 볶음밥은 굉장히 심플한 구성인데, 계란, 파, 당근 정도로 심플하게 그리고 깔끔하게 볶아낸 스타일이고 그 위에 정갈하게 조리된 계란후라이가 앙증맞다. 중식 고수이신 권오찬님의 볶음밥 감별법 중에 바로 볶아나온 볶음밥의 밑을 살짝 들어올려 기름의 흥건함 정도를 보는 법이 있는데, 이집은 접시에 거의 기름이 묻어있지 않은 걸 보면 적은 기름으로 고슬하게 잘 볶아낸 볶음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맛도 깔끔하고 밥이 고슬고슬해서 도화지 같다고 해야 할까? 함께 나온 짜장은 춘장의 도드라짐이 간짜장 보다 더하다. 진하고 산미가 강하다. 호불호가 있을 수 있는 옛날 춘장 짜장인데 도화지 같은 볶음밥에 잘 어울린다. 그런데 간짜장의 장이 한 수 위다. 연하게 단맛이 섞여 있는 간짜장은 담백하고 고슬한 볶음밥과 완벽한 궁합을 이룬다. 간짜장 조금 남겨둔 것이 얼마다 신의 한 수 였던지.... 거기에 부드럽게 구워진 반숙 계란후라이의 위력이 너무나 매력적이다. #기본을지킴 존경스러운 중식노포들은 대부분 예전에 배운 기본의 원칙을 잘 지킨다. 이집도 기본기의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집인데, 당연히 모든 요리와 식사는 주문과 함게 조리를 한다. 면의 처리도 마무리도 보통 중식당에서는 하지 않는 정렬이고 계란국 역시 닭육수에 계란을 바로 풀고 채소도 넣어 한 그릇 새로 끓여서 내어주셨다. 이렇게 끓여낸 계란국은 실키한 계란 식감부터 남다르고 아삭한 채소의 식감도 대단하다. 별 거 아닌 듯 한 기본이 맛의 상승효과를 가져오는 것이고 이런 원칙 준수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계란국, 짬뽕국 미리 끓여 놓으면 얼마나 편한가? 편안함을 위해 맛을 포기하지 않는 원칙 고수의 저력이 이집의 내공을 말해준다. #김치 아!!! 이집 김치 너무 좋다. 서울에서 김치 바로 내어주는 집 별로 없는데, 여긴 직접 담근 겉절이나 열무김치를 따로 내어주시니 먹으면서 기분도 좋고 맛도 참 좋다. #위생과결제 맛되디님께서 이집의 위생과 결제에 대한 이야기를 리뷰에 쓰셨는데, 그래서 본인도 유심히 그 부분을 살펴봤다. 기름을 쓰는 중식당 중에 노부부 둘이 운영하는 식당은 벅찬 노동의 양으로 인해 테이블 구석구석 기름때를 벗겨내지 못하고 조금 끈적임이 있는 경우가 있다. 식사를 하다 보면 더운 여름에 특히 끈적임이 거슬릴 수 있는데, 본인의 촉각 수준으로는 거슬리지 않는 수준이다. 물론 노부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난 후라 감성적인 무딤도 있을 수 있겠다. 테이블 끈적임 외에는 딱히 위생적으로 문제를 삼을만한 광경은 찾질 못했다. 결제 부분은 본인은 뭐라 말할 수 없겠다. 본인은 보통 노부부께서 운영하시는 작은 가게에서는 무조건 현금결제를 하기 때문에 현금결제 강요를 경험하지 못했다. 다만 너무 강요를 하신다면 이 부분은 개선이 되어야할 부분일 듯 하다. #기술의절단과 #아쉬움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훌륭한 기술을 물려받을 제자가 없으시다는 것. 사위님께서 은퇴 후 배우실 의향은 있으시다 말씀하시지만 전수가 잘 되는 가족식당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여기도 문 닫기 전에 최대한 빨리, 많이 가서 옛날 정통 청요리와 식사를 맛보는 수밖에.... <너무 잘 먹었습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PS: 가게 앞 주차 3대 정도 가능 #동네식당응원프로젝트 #러셔스의베스트간짜장 #러셔스의베스트볶음밥

대성반점

서울 강동구 천중로15길 37 1층

단율

암사에서 일할때.. 왜 여길 안가봤을까요..ㅠㅠ

Luscious.K

@kk1mk 이제라도 늦지 않았어요 ㅎ

불완전함

안녕하세요, 망플에서 글보며 많이배우기도 하고 마지막에 댓글로 인사드렸었는데 뽈레에 계셔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러셔스님의 간짜장 여정을 보며 배우며 쫓아다니곤 하는데 제 취향에 정말 잘 맞는 곳을 찾았습니다!! 맛의 균형감이 정말 좋더라고요. 사부님과 대화 과정에서 사부님이 먼저 말씀해주셨는데 간짜장은 설탕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짜장은 소량들어간다 합니다) 하시더라고요. 덕분에 올 수 있었어요 고맙습니다 !!

Luscious.K

@crust 크러스트님 오랜만에 반갑습니다. 제 망플 마지막 리뷰인 코지마에 댓글 달아주신거 기억해요. 댓글들 모두 캡쳐해서 보관하고 있답니다 ㅎ 대성반점은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인 맑은 간짜장 스타일이고 맛의 발란스가 참 좋은 곳이죠. 맛있게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설탕 정보도 감사해요. 그리고 이와 비슷한 맛으로 남가좌동 중화루 추천드려요. 역시 노사부님이 요리하시는 곳입니다. 늘 공감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불완전함

@marious 추천감사합니다 😄 꼭 가볼게요 좋은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