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에서 열기

#홍대 #동교동 #평안도상원냉면 "푸드코트의 기적" #메밀국수 #메밀냉면 우리가 흔히 평양냉면이라고 부르는 음식의 대중적인 원래 이름은 메밀국수다, 또는 메밀냉면이다. 이북에서도 강원도에서도 우리가 먹고있는 냉면을 메밀국수나 메밀냉면이라고 부르는데 막국수도 메밀국수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중에서도 이북, 특히 평안도 지방의 메밀국수는 남한으로 내려오면서 <평양냉면>이라는 새이름을 부여받았다. 다분히 <함흥냉면>과 구분을 위한 편의성 때문일테지만 처가가 이북집안이라 이북에서 먹던 진짜 이북음식에 대한 이야기들을 장인, 장모님을 통해 많이 듣는데, 이북에서 냉면은 겨울철에 먹는 음식인 이유가 메밀이 겨울작물이고 동치미가 겨울에 시원하게 익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시말해 메밀로 국수를 만들어 동치미 국물이나 슴슴한 국물 많은 이북식 김치에 오징어 등을 썰어 넣어 먹던 음식이 메밀국수와 김치말이라고 할 수 있다. #환골탈퇴 그러다 고급요정이나 양반집안에서 고기국물을 섞어 만들기 시작했는데, 어쩌면 고기국물에 동치미를 적절하게 블랜딩한 국물이 약 60-100년 전 평양냉면의 모습이였을 지도 모른다. 남한으로 내려온 평양냉면은 초기에 동치미를 사용하여 만들었으나, 동치미라는 발효음식의 특성상 매번 일정한 맛과 퀄리티로 낼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균을 갖는 음식의 오랜 보관에 따른 위생적인 문제까지 대두가 되면서 이제는 동치미를 사용한 냉면은 비주류로 밀려났다. 아마도 서울에서 유명한 곳은 <남포면옥> 정도일 듯 하다. #상원냉면 상원냉면은 최소 50-6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이곳의 히스토리는 <화상손만두>와 매우 유사하다. 현 사장님이 어렸을 적 꽤 유명한 식당을 부모님 (또는 조부님)께서 운영을 하셨는데 집안 사정으로 가게를 접으셨다가 현 사장님이 예전에 어깨넘어로 배운 기술과 뇌리에 잠재되어 있는 옛맛을 근간으로 새롭게 가게를 시작한 케이스다. 상원냉면도 조부께서 시작하셨는데 상당한 규모의 냉면식당을 하셨다가 사정상 가게를 접으셨다고 한다. 현 사장님이 어렸을 적 온 집안에 풍기는 육수의 향과 칼질하는 도마소리가 울려퍼지는 아침을 기억하고 편안해 했다고 회상을 하시는데, 그런 마음이 부모님 돌아가신 후에 다시금 집안 가업을 이어가게 만든 원동력이 되어 지금 다시 주방에 스셨다고 한다. 예전 가게에서 식당일을 배우면서 힘들었던 기억도 있지만 세월이 흘러 귀향하는 마음이 아닐까 하는 아련한 마음도 생기게 만든 사장님과의 대화였다. #푸드코트 홍대입구역 9번출구 앞에 서있는 LG팰리스라는 오피스텔이 있다. 꽤 오래된 곳인데 이곳 지하 푸드코트에서 숨겨진 평냉의 원류를 맛볼 수 있다. 이곳 푸드코트는 팬시와는 거리가 먼 진짜 옛날식 푸드코트다. 점심이면 저렴한 가격의 점심뷔페가 차려지고 꽤 많은 분들이 오가며 식사를 하는 곳이다. 그런 밥집공간 제일 구석에 상원냉면이 자리한다. 사장님 혼자 영업을 하시기 때문에 당연히 셀프서비스 식당인데 사장님이 너무나 친절하시고 상냥하셔서 기분이 좋아지는 식당이다. 재미있는 것은 사장님의 음악스타일. USB에 직접 음악을 담아와 작은 공간에 잔잔히 울려퍼지게 하는데 대부분 80-90년대 소프트락이다. 무삼면옥에서 들었던 호텔켈리포니아와 묘하게 데자부가 된다. 냉면 잘 만드시는 분들은 음악 취향도 비슷한가? ㅎㅎ #순면 가게에 도착하니 사장님이 손반죽을 연식 치대고 계셨다. 이집 국수가 100% 손반죽임을 대놓고 보여주신다. 일반적으로는 메밀 60%의 면을 사용하시는데 100% 봉평 겨울 메밀을 사용한 순면도 주문 가능하다. 첫 방문이라 순면으로 부탁을 드렸다. 푸드코트라 쟁반에 음식들이 세팅이 되어 나왔는데 종지에 면을 따로 조금 내어 주셨다. 면만 따로 먹고 100% 순면인지 확인하라는 사장님의 배려다. 오돌돌 끊어지는 순면의 식감을 확인하고 기분이 참 좋아진다. 생각보다 찰진데 그러면서 순면의 톡톡 끊어지는 식감도 잘 유지한다. 손반죽을 아주 잘하신다는 증거가 되겠다. 연하게 풍기는 메밀이 향은 육수에 퍼지면서 냉면에 새로운 향기를 불어 넣는다. <아주 훌륭한 순면이다> #육수 기대가 정말 컸던 육수다. 면을 풀기 전에 육수를 들이켰는데, 생각보다 육향이 진하다. 간도 간간한데, 뒷맛으로 연한 동치미의 시큼함과 쿰쿰한 향이 느껴진다. 그러면서 살짝 단맛도 곁들여졌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로 낸 육수는 동치미가 없었다면 굉장히 진한 육수였을 것 같다. 거의 우래옥 본점 수준의 진함을 품고있다. 거기에 시원한 동치미가 들어가 맛을 복잡하게 한다. 남포면옥의 육수가 <동치미맛 --> 육향> 이라면 이곳은 <육향 --> 동치미맛>이라고 표현하면 딱이겠다. 연한 단맛과 깊은 향을 가진 동치미는 그냥 뚝딱 단시간에 맛을낸 식당 동치미가 아니다. 이 정도의 산미와 쿰쿰함이라면 꽤 장시간 발효가 진행된 동치미 국물이다. 서로 다른 방향의 두 진한 맛이 섞이니 새로운 맛이 탄생했는데 그 조화가 참 좋다. 요즘 유행하는 단짠의 느낌도 좋고 육향과 동치미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맛이 고맙기까지 하다. 면을 풀어보면 확실히 원래 육수보다는 맛이 순화된다. 메밀향이 퍼지고 곡기도 국물에 스며들면서 차분한 맛이 나는 국물로 변신을 하니 이 또한 새로운 즐거움이다. 이정도면 완냉도 부담이 없을 정도로 시원시원하면서 감칠맛까지 느껴가며 쑥쑥 들어간다. 게다가 100% 메밀순면의 즐거운 치감까지 더해지니 어찌 맛이 없을 수 있겠나? #고명 고명은 의외로 간단하다. 잘 익은 동치미의 무, 배, 편육, 살짝 절인 오이와 삶은 계란이다. 심플하지만 냉면과 참 잘 어울리는 고명들이다. 동치미에서 유래한 무는 맛의 일체감과 아삭함을 주고 연하게 절여진 오이는 상쾌한 식감과 짠맛을 준다. 그리고 달달하게 배 한입... 마침 제육도 있다하니 다음엔 “제육순면”으로 주문해 봐야겠다. #편육 순면으로 주문하면 편육 몇 점이 서비스로 나오는데, 함께 주신 간장과 함께 먹으면 감칠맛이 나고 좋다. 대신 국물빠진 고기라 조금 퍽퍽할 수는 있으니 반찬으로 주신 동치미무나 배추와 함께 먹으면 든든한 단백질이 된다. #만두 만두 2알에 2000원인데, 곁들임으로 만두도 함께 주문했다. 피도 직접 만들어 쫄깃하고 예쁘게 만든 아담한 만두속도 두부와 배추의 조화가 좋은 정말 맛있는 만두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원래는 시판만두를 팔고계신데, 마침 명절에 댁에서 드시려 만든 만두가 남아 제게 주셨다고 한다. 이렇게 맛있는 만두를 먹은 것은 오늘의 행운이겠지만, 앞으로 이렇게 맛있는 만두를 먹을 수 없다는 것은 불행일 수도 있겠다. #플라스틱은 내 사전엔 없다. 푸드코트 식당이라고 이집 수준을 푸드코트로 보면 안된다. 일단 식기를 보면 그 집의 수준을 알 수 있는데, 모든 식기가 사기그릇이고 냉면그릇은 스테인레스다. 7000원짜리 냉면을 팔면서 이렇게까지 정성을 들이나 싶지만, 예전부터 이런 모습만 보고 자라신 머리에 고정된 사장님 식당의 기준이기에 이렇게 준비를 하신 듯 하다. 마치 설눈의 식기가 모두 유기로 되어 있는 것과 같이 이집도 예전 그 모습 그래로를 유지하고 싶으셨던 것이 아닐런지... #사장님 겸손하시고 친절하시다. 예전의 영화와는 관계없이 현재 위치에서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그러면서 집안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신 것도 보여진다. 배려심도 대단하신데, 순면 확인용 면샘플도 그렇지만 냉면이 찬 음식이라 따듯한 성질의 대추 디저트를 입가심으로 좀 내주시는 배려는 마치 아낙이 나그네에게 탈 나지 말라는 뜻으로 바가지에 잎파리를 띄어주는 의미와 일맥상통이겠다. 손님을 위한 세심한 마음가짐이 느껴진다. #종합 정말 귀한 집을 발견했다. 요즘같이 평냉 춘추전국시대에 설눈 이후에 또다른 평냉의 신세계를 발견한 느낌이다. 아직도 동치미를 이용한 평양냉면을 만드는 곳이 있긴 하지만, 이곳은 그런 곳 중에 맛이 꽤 쎈편이라 누구나 큰 호불호 없이 드실 수 있는 맛이다. 게다가 면빨도 최상급이니 이런 집은 소문이 나야한다. 그래서 사장님이 다시금 예전의 오리지날 상원냉면의 가업을 세우고 대대손손 전수가 될 수 있도록.... <정말 간만에 완벽하게 완냉했다> ** 추천: 순면냉면 #러셔스의베스트평양냉면

평안도 상원냉면

서울 마포구 양화로 156 LG팰리스빌딩 지하1층